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1000조 가계부채’…한국경제 최대 ‘부실 뇌관’

등록 2013-12-29 20:22수정 2013-12-29 21:06

박근혜 정부 출범 1년도 안돼
‘빚 권하는’ 부동산대책 4차례
부동산경기 ‘요지부동’ 빚만 증가
‘소득 40% 빚상환’ 가구 14%달해
빚내서 빚갚는 악순환 수렁 빠져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면 환율과 금리가 요동을 치면서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연쇄적으로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19일 미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1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지만 당장 큰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외변수가 아니라 내부의 복병에 가슴을 졸여야 할 상황이 됐다. 바로 가계부채 문제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전문가와 일반 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계부채는 내년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대내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카드결제 등 외상구매까지 포함한 가계의 금융부채(가계신용) 총액은 9월 말 현재 991조7000억원으로, 연말까지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1~9월 중 증가액은 27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액(24조5000억원)보다 13.9% 늘었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는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뒤 4차례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4월1일부터 시작해 7월24일, 8월28일, 그리고 12월3일 발표한 대책까지이다. 늘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민을 위한 집값 안정보다는 집을 사거나 셋집을 구할 때 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고 무주택 가계에 빚을 권하는 정책을 편 것이다. 그러는 사이 가계는 빚에 짓눌려 지갑을 닫는 바람에 내수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부동산 시장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전셋값만 치솟아 서민 부담이 커졌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앞으로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는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애널리스트)는 “서울·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높은 수준에 있다. 신규 주택 관련 대출이 대부분 원리금 상환방식으로 바뀌어 가계는 소득 수준에 맞춰 주택을 구입하는 추세여서 정부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거나 주택가격이 수요자의 구매 능력에 맞게 더 떨어지지 않는 한, 부동산 경기는 당분간 바닥을 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부채의 총량이 증가하더라도 가계의 상환능력이 좋아지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가계의 빚 감당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올해 가계금융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평균 19.5%로 지난해보다 2.3%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소득 1·2분위(하위 40%)의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급등했다.

또 한국은행 추계로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 이상인 ‘과다채무가구’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50만으로 전체 가구의 14.2%에 이른다. 이들은 이미 빚으로 빚을 메워야 하는 수렁에 빠져 있다. 부채 상환능력이 한계에 이르면 가계수지 측면에서 소득으로 필수 지출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만성 적자 상태로 몰린다. 이런 계층에겐 대출 확대로 지원하기보다는 일자리 대책이나 공공부조로 악순환을 끊어줘야 한다. 채권 금융기관도 일부 손실을 떠앉는 방식으로 과감한 부채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가계부채의 누적을 크게 우려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진행되었는데 우리는 거꾸로 부채확대 과정을 거쳤다. 이 때문에 자칫 금융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경기는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