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련 등 3단체 기본급 인상 촉구
전문가 “내수 활성화에 가장 효과적”
전문가 “내수 활성화에 가장 효과적”
“경제가 선순환에 들어서려면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야 한다.”
경단련을 비롯한 일본의 재계 3단체가 한목소리를 냈다. 재계가 기업 경쟁력을 앞세워 임금 삭감을 강조하지 않고, 반대로 임금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단련은 8일 경영노동정책위원회를 열어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먼저 임금을 올리라고 촉구했다. 특히 임금 인상이 지속적 효과를 볼 수 있게 올해 임금 협상에서 상여금만이 아니라 기본급의 인상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경단련의 이런 방침은 일본 최대 노조 단체인 렌고(연합)가 올해 임금 협상에서 5년 만에 기본급 인상을 공식 요구하기로 한 데 화답한 것이다. 경단련은 14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15일 이런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경단련, 일본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 등 일본의 재계 3단체는 7일 도쿄에서 연 공동 신년모임에서 임금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요네쿠라 히로마사 경단련 회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 덕분에) 성장이 올해도 지속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응하는 임금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제동우회의 하세가와 야스치카 회장도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음을 지적하며 “임금 인상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금융 완화로 엔화가 약세로 접어들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으므로,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해 경제 선순환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재계 3단체 공동 신년모임에 참석해 인사말에서 “경기 선순환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금 인상을 거듭 촉구했다.
기업들은 실제로 임금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편의점 체인 로손의 니나미 다케시 최고경영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며 “민간 기업이 (임금 인상)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가 도시유키 닛산 부회장도 “(3월 말로 끝나는) 회계연도 실적이 예상을 초과한 것으로 나온다면 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단체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한국에서는 낯선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매년 봄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에 맞서 ‘적정 인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에 부담을 주는 과도한 임금 인상은 자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2011~2012년의 경우 경총의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은 3.5~2.9%로, 노동계가 요구한 9.4~9.1%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대 추진전략 중 하나로 내수 활성화를 통한 균형있는 경제를 제시하며, 정책 대안으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지원과 육성, 보건의료·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산업 집중 육성, 규제 완화만 제시하고 임금 인상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경총의 김동욱 기획홍보본부장은 “우리는 일본과 여건이 다르다. 일본은 수년간 임금이 인하되거나 동결돼왔지만, 한국은 성장과 물가를 감안한 임금 인상이 이뤄져왔다”고 말했다. 이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수년간 성장의 과실이 가계소득 대신 기업소득으로만 쏠리고, 그나마 가계소득의 양극화로 중산층 이하의 실질소득 증가가 미미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내수 활성화를 꾀하려면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임금 인상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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