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자금순환표 살펴보니
204조 늘어 참여정부 5년의 3배
GDP 대비 공공부채 70%선 육박
국책사업 공기업에 떠넘긴 결과
“공공의 과잉 아닌 결핍이 문제”
공공지출 늘려 재정지출 확대 목소리
204조 늘어 참여정부 5년의 3배
GDP 대비 공공부채 70%선 육박
국책사업 공기업에 떠넘긴 결과
“공공의 과잉 아닌 결핍이 문제”
공공지출 늘려 재정지출 확대 목소리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표방하며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 작업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부의 부처마다 산하 공기업에 대대적인 부채 감축이 포함된 개혁안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나 해당 공기업에서는 ‘병 주고 약 주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늘어난 부채가 정부 재정 활동을 보조하거나 국외 자원개발 등 국책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데 책임만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한국은행이 작성한 자금순환표에서 경제주체별 금융자산·부채 추이를 살펴보면,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모습이 뚜렷하다. 정부가 ‘시장형’ 또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한 37곳의 2012년 말 현재 부채 총액은 394조1000억원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 말 190조1000억원보다 107.3%(204조원) 증가했다. 이는 참여정부 5년 동안(2003~2007년)과 비교해 부채 증가율(52.5%)로는 두배, 증가액(65조4000억원)에서는 세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부채 절대 규모보다 증가 속도는 더 문제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기업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면 2007년까지만 해도 20% 선을 밑돌았으나 2008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2012년에는 31%까지 치솟았다. 또 공기업과 정부 부채를 더한 전체 공공부채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2012년 말 기준 67.9%에 이른다. 공기업 부채의 최종 상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가부채 비율이 70% 선에 육박한 셈이다.
공기업 부채와 관련해,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한국 정부가 2008년 이후 총수요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을 활용해 사회간접자본 부문에 투자를 늘렸고, 한국전력과 한국석유공사 등을 통해 국외 자원 확보 투자도 늘린 것 때문이다”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보고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가계 및 민간기업 비용 증가로 전가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막은 것도 준재정적 경기부양 조처로 공기업 부채 증가의 한 원인”이라며, 공기업 재무 상황이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할 만큼 악화되면 국가 신용등급의 하향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기업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정부가 재정으로 감당해야 할 투자나 서비스를 공기업에 떠넘긴 결과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소하려면 공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점차 확대하거나 공공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즉, 공공지출의 확대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지출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꼴찌이다. 다른 나라에 견줘보면 ‘공공의 과잉’이 아니라 ‘공공의 결핍’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한성안 영산대 교수(경영학부)는 “공공재는 이익이 나든 손실을 입든 국민 모두에게 평등하게 공급되어야 하는 가치재이다. 공공재의 사회적 후생 효과를 따지지 않고 이윤 동기만 앞세우거나 시장기능에 맡기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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