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 기상도
저성장 탈출 여부 기업 투자가 관건
미·중 등 세계경제 개선 흐름 따라
‘수출중심’ 한국, 성장기류 탈 듯
통상임금 영향 소비 회복 기대감
엔화 약세·가계부채 불안요소 여전
대내적으로 기업 설비투자 늘려야
저성장 탈출 여부 기업 투자가 관건
미·중 등 세계경제 개선 흐름 따라
‘수출중심’ 한국, 성장기류 탈 듯
통상임금 영향 소비 회복 기대감
엔화 약세·가계부채 불안요소 여전
대내적으로 기업 설비투자 늘려야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기상예보처럼 전망한다면 ‘대체로 맑음’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경기 회복세가 탄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민관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낙관적 전망은 무엇보다 세계 경제의 개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경제 상황을 보면,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의 비정상적인 국면에서 벗어나 올해는 새로운 성장궤도를 탐색하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3.1%에 머물렀던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는 3.6%, 내년에는 4.0%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가속화하면, 대외수요 여건의 개선에 따라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좀더 강해질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됐지만, 세계 금융시장도 큰 충격 없이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은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앞으로 성장경로의 상·하방 위험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종전에는 ‘하방위험이 더 우세하다’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상·하방 압력이 교차하는 중립적 상태’로 바뀌었다.
국내 거시경제 여건도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해 실질임금이 2.7% 오르고,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에 상여금이 포함됨에 따라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주택거래가 늘어나고 미분양주택은 줄어드는 등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한은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당 기간 느슨한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잠재적인 불안 요소가 여전히 많다. 일본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에다 경상수지 흑자의 누적에 따른 원화 강세 압력으로 수출 경쟁력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처분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는 금융부실의 뇌관이자 소비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보면, 모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밑돌고 있다. 내수경기를 떠받치는 한 축이 이처럼 저조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에서 수출의존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는 대외변수에 따른 경기 변동성의 확대로 이어져, 내수의 다른 한 축인 기업의 설비투자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설비투자는 원래 속성상 변동성이 큰데, 세계 금융위기 이후 더욱 전망치와 실적치 간에 차이가 커진 경향이 있다. 올해는 모두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난해보다 좋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최소 5.2%(엘지경제연구원)에서 최대 8.4%(한국개발연구원)까지 기관들마다 비교적 큰 편차가 있다. 하지만 3.6~4.0%로 제시된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는 훨씬 높다는 전망은 일치한다. 즉, 올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대내변수이자 관건은 기업의 설비투자 회복이라는 얘기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과제는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다. 이를 넘어 성장잠재력 복원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에 허덕인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진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궤도에 다시 진입하거나 아니면 1990년대 이후 일본처럼 장기간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거나 둘 중 하나이다.
어느 길로 갈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에 달려 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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