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에너지를 양대 축으로 삼고 있는 에스케이(SK)그룹은 ‘총수 부재’ 2년차를 맞아 ‘안정 속 성장’을 준비 중이다.
최태원 회장이 1년 전인 지난해 1월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에스케이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한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 그룹 쪽은 최 회장의 부재로 글로벌 신규사업 중단, 신수종 사업 확대의 어려움, 주요 인수합병(M&A) 지연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도입 첫해인 지난해 텔레콤-하이닉스를 주축으로 비교적 무난한 경영실적을 올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올해 경영전략 또한 큰 틀에서는 이와 비슷하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16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14년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올해 그룹의 경영목표는 관계사의 자율책임 경영과 위원회 중심의 ‘따로 또같이 3.0경영체제’의 지속 실행, 장기적으로 그룹가치 300조원 달성을 위한 기반 확보, 사회와 함께하는 행복경영 실천”이라고 밝혔다. 큰 틀은 집단지도체제에서 정하고, 개별 경영은 계열사 자율에 맞추는 게 기조인 셈이다.
에스케이는 올해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약간 늘어난 16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 또한 지난해(7500명)보다 조금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열사별로는 2013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반도체(에스케이하이닉스) 분야가 눈에 띈다. 진통 끝에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서 내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이천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에너지를 총괄하는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E&P)사업 투자와 함께 배터리·전자신소재 등 미래동력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에스케이종합화학은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펙과 합작해 설립한 우한엔씨씨(NCC)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유럽시장 진출 교두보가 될 스페인 렙솔(Repsol)사와 추진 중인 윤활기유 공장(연간 65만t 규모) 또한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투자도 계속된다. 지난해 초 ‘에스케이콘티넨탈 이-모션(E-Motion)’을 출범시켰으며, 베이징자동차그룹·베이징전공과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도 앞두고 있다. 서산 배터리 공장 설비 규모도 현재 200㎿h에서 300㎿h 규모로 증설하고 있다.
리튬이온분리막(LiBS)을 비롯한 정보전자소재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보전자소재 누적 매출이 6000억원을 넘어섰고, 전세계 노트북과 휴대전화 5대 중 1대에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분리막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2012년 중대형 전지용을 중심으로 순수 전기차 약 19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간 생산능력 5769만㎡를 갖춘 6·7호 라인을 준공했는데, 올해는 8·9호 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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