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는 2013년에 가장 큰 시련을 겪은 그룹 가운데 하나다. 전임 최고경영자(CEO)였던 이석채 회장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불명예 퇴진했고, 주력 분야인 이동통신시장에서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가입자 수가 주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창사 이래 첫 월 단위 적자가 났고, 주가도 4~5년 전에 비해 20~25%가량 하락했다. ‘낙하산’ 논란 등으로 기업 이미지도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고난 속에서도 희망의 빛은 있었다. 지난해 8월 정부의 엘티이(LTE) 주파수 할당 때 기존 주파수 옆 대역을 낙찰받아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광대역 엘티이’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엘티이 가입자 600만명 돌파 뒤 700만명 달성까지 4개월(118일)이 걸렸는데, ‘광대역 엘티이’ 마케팅 결과 800만 돌파는 석달(89일) 만에 이뤄냈다. 광대역 엘티이에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을 묶어 운용하는 ‘엘티이-에이(A)’ 기술까지 더해, 한층 더 빠른 ‘광대역 엘티이-에이’ 서비스 제공을 앞두고 있다.
통신 분야 경쟁력 제고는 기본일 뿐, 케이티 앞에 놓인 과제는 많다. 인터넷텔레비전(IPTV)과 위성방송 등 미디어 분야에서는 케이블텔레비전 진영과의 갈등(합산 규제 논란)을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하고, 클라우드와 각종 콘텐츠 사업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분위기 일신이 필요한 상태다. 비씨카드와 렌터카 등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또한 주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케이티의 한 관계자는 “신임 황창규 회장이 취임 뒤 구체적으로 어떤 경영을 펼칠지에 구성원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갈라진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 도약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