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떨어져 수입액 감소 영향
“수입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 지적도
“수입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 지적도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7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적으로 수출은 늘어난 반면 수입이 줄어든 탓에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12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4억3000만달러로 전달(60억3000만달러)에 견줘 4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는 2012년 2월 이후 23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707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은은 수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입이 줄어든 것이 경상수지 흑자의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흑자가 607억1000만달러로 전년대비 52.5%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출은 정보통신기기(12.3%), 반도체(13.3%)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철강제품(-7.5%)과 디스플레이패널(-8.5%) 등은 부진했다. 수입은 원자재가 3.7% 감소한 반면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2.8%, 7.5% 늘었다.
전체적으로 연간 수출은 5709억2000만달러로 3.0% 늘어난 반면 수입은 5102억1000만달러로 0.8% 줄었다. 2012년에도 수출은 0.4% 늘었으나 수입은 1.1% 뒷걸음질쳤다. 이를 두고 전년보다 수출입 구조는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수입이 줄어들어 생긴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경상흑자의 확대는 수입 감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탓에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내수와 투자 부진이 동반되고 실물부문에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수입액이 감소했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이 국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550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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