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원회 “실행계획 확정”
저장시설 부지 논란 불가피
저장시설 부지 논란 불가피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오는 10월까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연말까지 정부에 권고안을 내는 ‘공론화 실행계획’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조성경 공론화위 대변인(명지대 교수)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해 제한없는 논의를 벌여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기술공학, 인문사회, 법률 등 주요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검토그룹’을 구성하고, 각종 포럼과 여론·공론조사, 타운홀 미팅·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공론화위에서 다룰 핵심 쟁점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혹은 재활용할 자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지하 깊은 곳에 처분할 폐기물로 볼 것인지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아직 재처리가 금지돼 있고 영구 처분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못함에 따라, 일단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이럴 경우엔 부지 선정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론화위는 부지 문제에 관해서는 기본 원칙과 방향만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15명의 위원 가운데 원전 지역 주민대표가 5명이나 포함되면서 안전성보다는 주민 보상 위주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조 대변인은 “부지 선정에 대한 윤곽을 잡으라는 사회적 요청이 강할 경우에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이런 공론화위의 실행계획에 대해, 에너지·환경단체들은 공론화 작업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부실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산업계와 지역주민, 시민사회, 미래세대, 학계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적절하게 조율하기 위해 어떤 공론화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중간저장시설을 착공하려는 일정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공론화위는 안전성과 환경친화성, 세대간 형평성, 경제성, 실현가능성 등의 가치기준을 바탕으로 평가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치기준이 ‘예시’ 수준에서만 언급된 데다 각계의 의견에 대한 가중치를 어떻게 둘 것인지 등 정작 중요한 공론화의 밑그림은 내놓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원전 23기에선 원자로의 핵분열에 사용되고 난 사용후핵연료가 해마다 750t씩 나온다. 각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지만, 안전한 관리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공론화위가 출범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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