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직전과 지난해 비교
소득정체·대출부담 가중 채무 악화
‘신용 양극화 현상 심화’ 진단
20대·자영업자 하락률 높아
소득정체·대출부담 가중 채무 악화
‘신용 양극화 현상 심화’ 진단
20대·자영업자 하락률 높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 5~6등급의 중신용 대출자 4명 가운데 1명은 7등급 이하인 저신용 등급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업난 등의 여파로 20대 중·고신용자의 28%가 저신용자로 추락했다.
한국은행 금융시스템연구팀(이장연 과장·임영주 조사역)이 4일 내놓은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 가계차주 현황’을 보면,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 말 당시 중신용 대출자(5~6등급)의 25.2%가 2013년 6월 말엔 저신용(7~10등급)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과 서민층의 소득 정체와 가계대출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신용자와 함께 중신용자의 채무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장연 과장은 “금융위기 이후 고신용자(1~4등급)는 신용 수준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반면 중·저신용자는 악화되는 ‘신용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득 계층별로는 저소득층이거나 소득 여건이 좋지 않은 대출자의 저신용 하락률이 높았다. 중·고신용자 가운데 연소득 2000만원 미만 대출자의 하락 비율(21.4%)은 6000만원 이상 대출자(7.5%)의 2.9배에 이른다. 이렇게 저신용자로 떨어진 대출자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은 2008년 14.2%에서 지난해 84.8%로 6배나 치솟았다. 총부채상환비율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높을수록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금융위기 이전부터 저신용 상태에 있던 대출자의 총부채상환비율의 경우 같은 기간 44.9%에서 71.4%로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한 대출자의 채무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인 20대, 고용 형태별로는 무직과 자영업자에서 저신용 하락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대의 경우 학자금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거나 고금리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중·고신용자의 27.9%가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자로 전락했다. 30대(16.2%)와 40대(14.0%), 50대(11.9%), 60대 이상(9.6%) 등 대부분 연령층의 하락률이 1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대조된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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