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등 우량 사업들까지 매각 나서
부채 감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우량 사업에 대한 매각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와 에너지 공기업 등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한국가스공사는 2011년 개발 및 운영권을 획득한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사업 지분을 최대 49%까지 매각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운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지분을 뺀 나머지를 모두 팔아치우기로 한 셈이다. 아카스 가스전은 가스공사가 1983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단독 운영권을 획득한 프로젝트다. 내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하루 최대 생산량이 원유로 환산하면 6만7000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우량 사업으로 꼽혀 왔다. 지금까지 들어간 투자비만도 26억6000만달러(2조9000억원)에 이른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자금 조달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가스공사의 부채 규모는 32조3000억원인데, 지난해 9월 발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라 2조2000억원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경제성이 떨어지는 해외 사업 위주로 방안이 짜여졌다. 하지만 최근 1조2000억원의 부채를 더 절감하는 ‘부채감축 및 방만경영 해소 정상화 계획’을 내놓으면서, 우량 사업에 대한 매각 추진도 과감해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부채감축 중점관리 대상인 18개 공공기관은 원래 2017년까지 늘어날 부채 규모를 85조4000억원 수준으로 억제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 달 29일 39조5000억원을 추가로 감축하는 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국내외 부동산과 투자자산 등을 모두 포함한 자산매각 추정액은 7조3699억원 가량이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석유공사는 자회사인 캐나다 하베스트사가 보유한 광구의 투자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부실 인수’라는 오명을 쓴 하베스트의 정유부문 자회사(NARL)나 사업 유망성이 떨어지는 광구가 우선 대상이었지만, 부채감축 계획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효율이 높은 광구 지분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도 비교적 우량한 오스트레일리아 바이롱 유연탄 광산의 지분 49%와 캐나다 우라늄 개발업체인 데니슨 마인스사의 출자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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