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l F5(Fragile 5)·E8(Edgy 8)
통화가치 불안해 위기 가능성 큰
남아공·터키 등 5+3개 신흥국 빗대
통화가치 불안해 위기 가능성 큰
남아공·터키 등 5+3개 신흥국 빗대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가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을 던지고 있습니다.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를 이야기할 때 최근 자주 시장에서 나오는 단어가 ‘취약 5개국’(Fragile 5)입니다.
취약 5개국은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통화가치가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5개 신흥국을 일컬으면서 사용한 단어입니다. 지난해 8월 모건스탠리는 이 나라들에 대해 “높은 인플레이션, 약한 성장세, 그리고 중국 경기둔화에 취약해, 이들 나라의 통화가치는 상당히 불안하다”고 분석했습니다. 11년 전인 2003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라는 단어를 쓰면서 신흥국 경제 전망을 높이 평가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입니다.
지난 7일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남아공·터키·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는 각각 -6.1%, -7.4%, -3.4%, -4.4%, -3.4%이고, 이들 나라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각각 60.3%, 105.2%, 10.6%, 36.5%, 44.3%에 이릅니다. 최근에는 영국 자산운용사 슈로더와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이들 나라에 헝가리, 칠레, 폴란드를 더해 부른 용어인 ‘불안 8개국’(Edgy 8)도 많이 쓰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터키와 인도네시아, 인도 등은 1년간 단기외채와 경상수지 적자만 메울 수 있는 외환만 보유하고 있으며, 헝가리, 칠레, 폴란드는 2년 안에 보유 외환이 바닥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취약 5개국이든 불안 8개국이든 이들 나라의 사정이 우리와 무슨 관계일까요?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해 돈 풀기를 줄이면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나타납니다. 불안 8개국 등 외환위기에 취약하다고 평가돼온 신흥국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자산을 빼내기 시작하면, 이들 나라들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위기가 다른 신흥국으로 전염될 수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1997년 국내 외환위기의 징후가 타이 밧화 가치 폭락에서부터 시작됐던 뼈아픈 경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경제가 지금은 다른 신흥국과는 차별화되는 점이 있습니다. 외환보유액(3484억달러)이 세계 7위이고, 지난해 기준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707억달러)를 달성한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으로 볼 때,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가 우리 금융시장에 결정적 타격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부도 경계는 해야겠지만, 우리는 여타의 신흥국과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최근에 신흥국 불안과 함께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둔화한다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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