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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회사를 위한 배임?…징역3년 집유5년 ‘재벌 봐주기 공식’ 부활

등록 2014-02-11 21:52수정 2014-02-11 23:09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그룹 내 다른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오후 구급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 회장은 곧바로 풀려났다. 공동취재사진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그룹 내 다른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오후 구급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 회장은 곧바로 풀려났다. 공동취재사진
김승연 한화 회장 ‘집행유예’
“회사자산 개인이익 위해 안 써”
고법, 한화쪽 주장 근거로 감형

부동산 매각 손실 재감정하라는
대법의 파기환송 취지 동떨어져
사회봉사 명령 관행도 되살아나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가 11일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강조한 대목은 “죄는 되지만 회사를 위한 일”이라는 점이다. 재판부는 “회사의 자산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활용한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9월 대법원이 김 회장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밝힌 취지와 다르다. 대법원은 위장 계열사에 지급보증, 자금 제공 등 방식으로 그룹 자산을 지원한 행위는 배임죄가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룹 전체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판단이라는 한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대규모 기업집단(재벌그룹)을 구성하는 개별 계열사도 독립된 법인격을 지닌 주체로서, 그룹의 집단이익과 상반되는 고유이익이 있을 수 있다. 위장 계열사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이 과연 김 회장 개인이 아닌 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한 취지는 계열사 부동산을 싼값에 팔아 발생한 손해 액수 계산이 잘못됐으니 부동산 감정을 다시 하라는 것과, 일부 행위의 유무죄를 다시 심리하라는 것이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다시 심리한 끝에 배임액은 대법원이 인정한 1797억원에서 212억원이 줄어 1585억원이 됐다. 300억원 이상은 같은 양형기준을 적용하므로 양형을 바꿀 이유는 아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한화그룹의 재무 위험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화 쪽 주장을 내세워, 징역 3년이던 김 회장의 형량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했다. 또 “우리나라 경제건설에 이바지한 공로 및 현재의 건강상태를 참작했다”고도 했다. 과거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법원이 주로 내놓던 설명과 같다. 재판부는 또 김 회장이 피해액 대부분을 변제한 것도 감형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재벌 총수들이 형사재판에서 판결 선고 직전 피해액을 갚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일이 관행처럼 반복돼, 피해 회복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재벌 범죄에 대한 억지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재판부가 김 회장에게 사회봉사 300시간을 명령한 데 대해서도 사회봉사명령을 재벌 봐주기에 이용하는 과거 관행이 되살아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게 서울고법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사회봉사 300시간을 명령했을 때도 비판이 일었다.

과거 법원이 재벌 총수한테 관행적으로 내리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공식이 되살아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후퇴시키자 법원도 따라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사건에서 부동산 감정 액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법원이 지엽적인 이유로 파기환송을 했는데, 당시 이미 집행유예를 선고하라는 뜻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양형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집행유예는 가능하지 않다.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다. 2012년 대선 이후 기대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 개선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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