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징산업 연평균 6% 성장
‘제품 보존’ 보조역할 벗어나
캔 안심따개·1인용 포장김치 등
새상품 발굴에 주도적 역할도
삼성 포장방식 바꿔 100억 아껴
‘제품 보존’ 보조역할 벗어나
캔 안심따개·1인용 포장김치 등
새상품 발굴에 주도적 역할도
삼성 포장방식 바꿔 100억 아껴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세탁기 포장 방식을 ‘수축포장’으로 바꿨다. 골판지로 제품 전면을 감쌌던 종전과 달리, 수축이 가능한 투명 필름을 씌운 뒤 열을 가해 제품을 단단하게 감싸는 식이다. 세탁기의 각 모서리 귀퉁이 쪽만 종전과 같은 골판지 소재가 쓰여진다. 회사 쪽은 이런 포장 방식 변화로 연간 물류비를 100억원 이상 절감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배송제품의 부피가 줄어 적재효율이 높아진 데다, 안에 어떤 제품이 있는지 훤히 들여다보여 배송 인력들이 더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파손율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제품 포장을 일컫는 ‘패키징’(packageing)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패키징은 제품의 상태를 보존하기 위해 적합한 포장을 하는 데 머물렀지만, 최근 들어선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거나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데서도 역할을 하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패키징 산업규모는 2008년 이후 해마다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09년 28조8000억원에 그쳤던 패키징 산업은 2011년 33조4000억원, 올해는 38조3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시장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약 6700억달러에 이른다. 정만기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1인 가구의 증가 및 신흥국의 경제성장 등을 고려할 때 패키징 산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1인당 패키징 소비량이 355달러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115달러 수준에 그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어느 장소에서나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팩 단위 우유와 환자의 응급치료를 돕는 혈액팩 등은 패키징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게 된 사례들이다. 한발 더 나아가 포장 단위나 방식을 바꾸면서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씨제이(CJ)제일제당이 지난해 7월 선보인 ‘프리미엄 소형 썰은 김치’가 대표적이다. 1인 가구 증가와 김치 섭취량 감소 등의 경향을 반영한, 500g 미만의 소형 사이즈 포장김치다. 또 사조해표는 기존 강철따개 참치 캔이 갖고 있던 위험성을 보완해, 2012년에 사조참치 안심따개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강철따개 대신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해 가볍게 벗겨내는 식으로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포장도 바꿔 비용을 대폭 줄였다. 무독성 발포 폴리프로필렌(EPP)을 이용해 40차례 이상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번 쓰여진 포장재가 물류센터에서 살균세척을 거친 뒤 다시 사용되는 식이다. 이를 통해 포장비용만 100억원 가량이 절감됐다고 회사 쪽은 전했다.
앞선 패키징 기술 개발에 성공한 전문업체들의 행보도 주목할만하다. 대륭포장산업은 농산물 호흡량에 적합한 산소투과도를 조절할 수 있는 ‘O₂싱싱필름’을 개발해, 미래형 패키징 기술로 인정받았다. 또다른 포장재 기업인 보스팩은 건조식품을 열면 흔히 볼 수 있는 방습제 실리카겔을 대체할 수 있는 ‘수분흡착필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올해 식품 포장재 시장에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산업부 쪽은 설명했다. 정만기 실장은 “패키징 산업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조업의 숨은 조력자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국외진출 등을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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