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별관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나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주열 새 한은 총재 후보
2년전 김중수 비판하고 퇴임
청, 청문회 통과 무난 판단한듯
인선 소식에 시장금리 오르기도
이 후보자 “책임감 느낀다”
2년전 김중수 비판하고 퇴임
청, 청문회 통과 무난 판단한듯
인선 소식에 시장금리 오르기도
이 후보자 “책임감 느낀다”
이주열(62)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35년 동안 한은에 몸담은 ‘정통 한은맨’으로 통화정책 전문가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한은에 첫발을 디뎠다. 핵심 보직인 조사국장과 정책기획국장을 거쳐 통화신용정책 담당 부총재보와 부총재를 지냈다. 2012년 한은을 떠난 뒤에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과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지내왔다.
차분하고 온건한 성격이지만 퇴임할 때는 김중수 현 총재에게 직격탄을 쏘고 나갔다. 그는 2012년 6월 퇴임식에서 “글로벌과 개혁의 흐름에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온 과거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며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낀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기’ 논란을 일으킨 금리 정책과 ‘김중수식 개혁’을 비판한 작심 발언으로 해석돼 파장을 낳았다.
당시 이 후보자는 부총재로서 당연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었다. 그러나 기준금리 결정이나 통화정책 방향에서 뚜렷한 색깔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금통위에 참여할 때는 ‘매파’나 ‘비둘기파’가 아닌 ‘중도파’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자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선 전통적인 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 이 후보자를 잘 아는 금융전문가는 “글로벌 금융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외환보유고와 인플레이션 등 과거 외환위기 때의 위기 대응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국제 공조나 글로벌 차원의 논의를 풀어가는 역량은 미흡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을 떠난 뒤에는 정부와의 공조와 성장 정책에 우호적인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한 일간지 기고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를 신뢰하고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장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기업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와 성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청와대가 장고 끝에 이전 부총재를 차기 총재로 내정한 배경에는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전형적인 한은맨인데다 주요 보직을 거친 덕분에 청문회를 통과할 무난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청와대가 비전문가를 앉히는 것에 부담이 컸던 것 같고, 정치적으로 봤을 때 정부 코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친정부 성향의 총재가 임명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은 내부 인물이 내정됨에 따라 시장금리가 일시 급등했다”며 “금리 인하 기대를 버릴 수 없었던 시장의 입장에서는 이제 중립적인 관점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바라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로서 계획과 포부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2012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을 보면, 이 후보자는 전년보다 4572만원 줄어든 14억3571만원을 신고했다.
홍대선 송경화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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