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경제단체 ‘완화 요구’ 적극 수용
환경단체 “탄소배출 감축취지 퇴색”
환경단체 “탄소배출 감축취지 퇴색”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내년 1월부터 도입되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애초 설계보다 완화될 전망이라고 5일 밝혔다.
이날 윤 장관은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수입차에 유리하고 국산차에는 불리한 형평성 문제가 있다.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생산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애초 환경부가 생각한 시행 방안보다 완화하는 방향으로 새로 짜고 있다”고 말했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중립-부담금 구간으로 구분하고, 저배출 차량을 사면 보조금을, 고배출 차량을 사면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제도다. 보조금·부담금 구간 및 금액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환경부는 부담금을 최대 700만원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이미 재계 및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반발에 밀려 이보다 완화하는 쪽으로 금액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연비가 높은 수입차는 보조금을 받고 국산 중·대형차에는 부담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 도입 자체에 반대해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 및 중립 구간은 국산차가 7~10% 많고 부담금은 국산차가 17%가량 비중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산차 역차별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부담금 금액을 낮춰 산업계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의 세부 시행 방안은 환경부가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4월까지 마련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윤 장관의 이날 발언은, 산업부가 재계 및 경제단체의 규제완화 요구를 적극 수용해 향후 관계부처 논의 과정에서 발언권을 높이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환경단체에서는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부담금 부과액을 줄이면 보조금 지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구매 행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중·대형차 비중은 72%로, 일본(30%), 영국(34%), 프랑스(26%) 등 선진국에 견줘 훨씬 더 높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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