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저금리 여파 속
2월 MMF 설정액 전달보다 6.8%↑
CMA에도 올해 들어 1조 유입
수시입출식 요구불예금도 인기
2월 MMF 설정액 전달보다 6.8%↑
CMA에도 올해 들어 1조 유입
수시입출식 요구불예금도 인기
시중자금이 짧은 기간 머무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 침체와 저금리 장기화, 더딘 경기 회복세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일시 맡겼다가 언제든 뺄 수 있는 환금성 높은 곳에 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수익과 절세 효과를 더한 장기 적립식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등 유인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의 집계를 보면, 최근 두 달 연속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마켓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펀드를 만들어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초단기 금융상품이다.
지난달 말 현재 머니마켓펀드 설정액은 77조4000원으로 1월 말에 견줘 4조9000억원(6.8%) 늘었다. 지난해 말(66조4000억원)에 비해서는 11조원(16.6%)이나 증가한 규모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18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단기자금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올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동양 사태’로 자금이 대거 이탈했던 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는 연말 41조7800억원에서 2월 말 42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머니마켓펀드와 종합자산관리계좌 등에 유입된 자금들은 이른바 ‘대기성 자금’ 성격을 지니고 있다. 시장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때는 좋은 투자수단이 될 수 있지만 현 수준(기준금리 연 2.5%)에서 높은 수익률을 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경향은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올들어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이 발행한 특정금전신탁(MMT)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현대상선도 현대증권으로부터 엠엠티를 매수했다. 엠엠티는 필요할 때 즉시 빼내 현금화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신탁 상품이다.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지만, 하루만 예치해도 이자가 나오는데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아 단기 자금을 운용할 때 쓰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과 기타 금융기관 등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단기특정금전신탁(MMT) 예치가 늘어나고 있다”고 “경기부진에 향후 경기전망도 불투명하다보니 저금리 기조에도 투자보다 은행 예금이나 단기 부동자금으로 돈을 묶어두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자금 흐름도 단기 부동화 현상이 뚜렷하다. 한은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은행 정기예금(558조8983억원)은 전년 보다 17조원 가까이 줄어든 반면 요구불 예금(111조4059억원)은 10조4734억원 증가했다. 저금리로 은행 예금도 장기 예치보다 현금화가 쉬운 곳으로 많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에 풀린 자금은 실물 경제로 흘러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 흐름을 이어가는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심해지면 실물 투자가 위축될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펀드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도 단기 금융상품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 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2007년 정점을 찍은 뒤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투자자 이탈 현상은 증시 침체로 특히 주식형펀드에서 두드러진다. 금융투자 업계는 오는 17일 출시되는 ‘소득공제 장기펀드’가 투자자들을 유도해 펀드시장 상승을 이끌 기폭제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1월 초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계약기간 10년으로 가입한 투자자에게 연간 240만원을 한도로 납입액의 40%를 최장 10년 동안 소득공제하는 상품이다.
홍대선 조기원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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