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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닥터 코퍼’의 불길한 예언?…긴장하는 중국

등록 2014-03-16 17:19수정 2014-03-16 22:45

실물경제 선행지표 구실 ‘구리’
4년만에 파운드당 3달러 밑돌아
전세계 구리수요 40% 차지 중국
경제지표 악화돼 경기둔화 우려
메릴린치 “18개월내 위기 가능성”
‘닥터 코퍼’(Dr. Copper)가 중국 경기 둔화를 예언하고 있는 것일까?

구리는 흔히 ‘경제학 박사’ 또는 ‘닥터 코퍼’라고 불린다. 원유나 금보다 지정학적·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데다가 제조업 전반에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선행지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구리 수요가 늘어나 구리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경기상승 가능성을 의미하고, 반대로 구리 수요가 줄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경기둔화 우려가 있다는 뜻인데, 최근 구리 가격이 심상치 않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453g)당 2.99달러로 2010년 7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파운드 당 3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다. 14일에 3.01달러로 간신히 3달러를 넘었다. 선물 중개 회사인 미국 시카고의 롱리프트트레이딩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팀 에반스는 <블룸버그>에 “자료들을 보면 중국과 유럽연합의 (구리에 대한) 수요가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는 특히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구리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내부 경제 지표들이 나빠지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7.5%로 제시한 지난 5일, 2월 수출액이 전월 대비 18.1%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와 시장에 충격을 줬다. 1~2월 생산과 투자 그리고 소비 지표는 예상치는 물론 전월 수치보다 낮았다. 1~2월 산업생산은 8.6% 증가해 지난해 12월의 9.7% 증가를 밑돌았고, 1월 소매판매는 11.8% 늘어난 것에 그쳐 전월의 13.1% 증가에 미치지 못했다. 1~2월 평균 중국 고정자산 투자(농촌 제외)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17.9%로 2002년 12월 이후 11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상하이의 태양광 업체 차오르가 회사채 이자를 갚지 못해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처음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해, 중국 개별 기업들의 추가 디폴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중국에서 12~18개월 내에 금융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리 가격의 하락은 중국 기업들이 구리를 금융수단으로 사용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기업들은 구리를 수입해와 이를 담보로 비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고 있다. 대출 자금은 부동산 등에 투자했는데, 최근 구리 가격 하락으로 담보물 청산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구리가 담보물 청산을 위해 대거 시장에 나오면 또다시 구리 가격이 하락할 위험도 있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구리 가격 급락은 2월 중국 수출 지표의 부진에서 촉발됐고, 중국 기업 디폴트 우려에 따른 구리 담보물 청산에 대한 우려 또한 반영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디폴트 우려가 증폭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보유한 구리 담보물이 청산돼 구리 공급이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 하락은 중국 기업이 금융 수단으로 구리를 활용한 것과 관련이 있지만 실물 경기 둔화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 하락 등으로 대변되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는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와 더불어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일 달러당 1066.5원에서 14일엔 1072.8원까지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954.42에서 1919.90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경기 전망이 당분간은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정숙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고 봐도 대부분의 지표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며 “상반기 중국 성장률은 7.3% 수준으로 녹록치 않은 사정을 반영할 것으로 보이며, 다만 올해 전체 성장률은 7.5%를 지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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