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 “폐광지원 근거” 반발
산업부 “전례없는 일…” 곤혹
공공기관들, 사태 번질까 주시
감사원은 “검찰고발 하려다 안해”
산업부 “전례없는 일…” 곤혹
공공기관들, 사태 번질까 주시
감사원은 “검찰고발 하려다 안해”
강원랜드 이사회가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데 대해 기관장은 물론이고 사외이사한테도 민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한겨레> 3월13일치 6면 참고)가 나오면서 이번 조처의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전례없던 감사 결과를 전격 통보했다. 강원랜드 이사회가 2012년 7월 회생이 어려운 ‘오투리조트’에 150억원을 쏟아붓기로 한 결정에 참여한 당시 대표이사와 전무(현 부사장), 사외이사에 대한 해임과 손해배상 청구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사외이사 ㄱ씨가 ‘폐광지역 협력사업비 기부(안)’라는 내용으로 이사회에 발의한 이 안건은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는 법무팀의 보고가 있었는데도 통과됐다.
이번 통보에 산업부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그동안 공공기관장에 대한 해임 건의는 여러차례 있었지만 민사상 책임까지 묻도록 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사외이사에 대한 처분이 포함된 것도 첫 사례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반발이 큰데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건을 발의했던 전 강원랜드 사외이사 ㄱ씨(태백시장 예비후보)와 대표이사였던 ㅊ씨(강원도지사 예비후보)는 감사원의 재심을 요구하며 크게 반발했다. 오투리조트 지원이 ‘폐광지역 개발 지원’이라는 강원랜드의 설립 취지와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태도는 어느 때보다 강경해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 고발까지 검토했던 사안이다. 급여만 챙기고 형식적인 ‘거수기’ 노릇을 해온 다른 공공기관의 사외이사들도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강원랜드 감사 결과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와 별도로 지난 2월24일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 6곳에 대한 경영관리·감독 실태를 감사하고 있다. 1단계 감사가 종료되면 4월부터 6월까지 다시 2단계로 한국전력공사 등 20여곳에 대한 감사가 시작된다.
1단계 감사 대상인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20명가량이 파견돼 샅샅이 훑고 있는 것 같더라.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석유공사는 2009년 4조5000억원을 들여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 트러스트 에너지사를 인수했지만 결과적으로 1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가져온 바 있다. 만일 이사회가 이 과정에서 고의 혹은 중대한 실수로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점이 드러나면 강원랜드와 마찬가지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은 앞으로도 상법 399조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공운법) 35조 등을 근거로 공공기관 경영진 등에 민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공운법 35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과 주무기관장(주무부처 장관)이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직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게을리한 기관장·감사·비상임이사(사외이사)의 해임을 건의하거나 해당 기관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민간기업들이 적용받는 상법상 이사의 의무 및 책임을 지도록 한 조항이다.
경제개혁연대도 감사원 지적을 받아온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공운법 35조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장관이 무능한 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직접 나서도록 압박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관장·감사에 이어 사외이사로까지 독립적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정치적 임용’(낙하산 인사)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이 낙하산 임원들의 ‘거수기 경영’에 제동을 거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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