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 후속조치를 위한 민관 합동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3년안 250개 폐지’ 목표치 높여
‘기업 편향’ 일방통행 우려에
풍력 등 에너지부문 논란 클듯
‘기업 편향’ 일방통행 우려에
풍력 등 에너지부문 논란 클듯
산업통상자원부가 3년 안에 250개가량의 규제를 없애기로 하는 등 고강도 규제개혁에 나선다. 정부 지침으로 내려온 규제개혁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이어서, 다른 정부 부처에 대한 본보기용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규제 청문회’를 도입해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인데, 청문회 인적 구성의 대표성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갖추지 못할 경우 ‘친기업적’ 규제 완화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산업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상직 장관 주재로 과장급 이상 간부가 참석한 ‘규제개혁 추진 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규제개혁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기업지원’ 부처로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개혁을 앞장서서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규제개혁 우수 공무원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부처 소관 규제 1200여건 가운데 경제적 규제 1000여개를 대상으로, 올해 안에 150개(10%), 2017년까지 250개(25%)가량을 줄일 방침이다. 연내 10%, 2017년까지 20%의 규제 감축을 내세운 국무총리실 지침보다 높은 수준으로 목표치를 잡았다. 또 미등록 규제 가운데서도 실질적 규제로 작동하는 훈령, 고시 가운데 개선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며, 내년부터 정부가 시행하기로 한 ‘규제비용 총량제’(규제 신설 때 기존 규제 폐지)도 올 하반기에 먼저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부는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규제 담당자가 장관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규제 청문회’를 통해 규제 폐지 여부를 심사받도록 할 계획이다. 전체 1200여건의 규제가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외부 민간전문가로 구성되는 규제심사단에 의해 규제 유지 여부를 심의받은 뒤, 폐지 권고를 받게 되면 청문회로 넘겨진다.
청문회는 장관을 위원장으로 1·2차관, 기획조정실장 등 산업부 고위 관료와 민간 전문가 7~9명으로 꾸려지며, 규제 폐지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단계다. 박청원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은 “다음달 중순쯤 첫번째 청문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민간 전문가 가운데는 고정 참석자도 있겠지만 정책 분야별로 다양한 이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혁 후속 조처가 일방적 규제 완화로 흐르지 않기 위해선 ‘규제 청문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운영 구조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위원들도 이른바 ‘친기업’ 성향 인사 위주로 포진돼 있는데, 기업지원 부처를 자처하는 산업부 주관의 회의에선 훨씬 더 편중된 인적 구성이 예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군다나 산업부가 추진하려는 규제 개선 과제 가운데는 이해 당사자 간에 갈등이 유발되는 사안들이 적지 않다. 산업부는 이날 기업투자나 신산업 창출을 가로막는 ‘덩어리 규제’의 예시로,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외국인 투자 촉진, 산업단지 입지규제 개선, 전자상거래 수출 활성화, 기업인증 부담 경감,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등을 저해하는 규제들을 명시했다. 이 가운데는 육상 풍력발전 사업의 인허가 규제 등 민감한 사안도 포함됐다. 그동안 산업부는 신산업 창출의 관점에서 입지규제 완화를 요구해왔지만 환경부·산림청 등에선 환경파괴와 주민피해 등을 우려해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를 엄격하게 거쳐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일련의 규제 감축 분위기 속에 산업부의 입김이 한층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산업부가 추진하는 전력 수요관리시장 개설의 경우 결과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시장에서 민간기업의 참여 비중이 높아질수록 요금 인상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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