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가 전체 54% 차지
지난해 30대 그룹 투자 규모가 실적 악화 여파 등으로 전년 대비 1.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가 26일 지난해 30대 그룹 상장사 171개(금융사 제외)사의 유무형 자산 투자액을 조사해보니 총 95조8000억원으로 2012년 97조7000억원에 견줘 소폭 줄었다고 밝혔다. 유형 자산은 토지나 공장 취득 등이며 무형 자산은 특허 취득 등이다. 시이오스코어는 연구개발(R&D) 비용은 계산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룹별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했다. 30대 그룹 총 투자 규모에서 삼성과 현대차 그리고 에스케이(SK) 3개 그룹의 투자 비중이 전체의 54%로, 전년 비중 대비 3.4%포인트 늘었다. 삼성은 지난해 투자액이 28조7000억원으로 전체 1위였으며, 전년 27조원보다 투자액이 6% 늘었다. 2위는 에스케이로 12조2700억원을 투자해 전년 11조원 보다 11.3% 증가했다. 에스케이는 에스케이텔레콤이 광대역 통신망에,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정유공장에 투자한 액수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스케이텔레콤이 투자액을 전년 대비 각각 1조2000억원, 5400억원 늘렸다. 현대차는 투자액에서는 전체 3위로 10조8500억원이었지만 전년 대비로는 5.3% 감소했다.
전체 30개 그룹 가운데 투자액이 늘어난 그룹은 12곳이었으며 줄어든 곳은 16곳이었다. 부영과 한국지엠은 상장사가 없어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투자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쓰오일로 1900억 원에서 4600억 원으로 144% 증가했다. 현대백화점(41.2%), 지에스(32.7%), 현대(24.8%), 케이티(20.6%)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그룹이 해체된 에스티엑스는 투자액이 90% 쪼그라들었고 이어 동부(-27.8%), 두산(-24%), 동국제강(-23.7%), 한화(-23.2%), 포스코(-21.4%), 대우조선해양(-21.2%), 엘지(-20.6%), 대림(-17.4%), 엘에스(-16.2%) 순으로 감소율이 컸다.
박주근 시이오스코어 대표는 “일반적으로 정권 출범 첫해에는 기업 투자가 늘어나는데 이번에는 소폭 감소했다. 경제민주화 논란 등 정부와 재계의 기싸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투자에서는 유형자산 투자보다 무형자산 투자가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 진출 때문에 소프트웨어 경쟁력 측면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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