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한은 총재 퇴임 앞두고 소회
‘MB 낙하산’ 논란엔 “멍에”
‘MB 낙하산’ 논란엔 “멍에”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김중수(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마지막까지 따라다니던 ‘금리정책 실기론’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시장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도 수긍하지 않았다. 김 총재는 26일 저녁 출입기자들과의 송별 간담회에서 짧은 소회로 지나온 4년을 회고했다. 그러나 재임기간 공과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자 부연 설명까지 곁들이며 말을 길게 이어갔다.
김 총재가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한 것은 재임기간 제기된 금리 조정 실기론에 대해서였다. 그는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를 보면 몇 개월 동안에 금리수준이 어떻게 되고 어떻게 변했느냐를 보지 그것이 무슨 베팅하는 사람처럼 왜 4월이냐, 5월이냐 얘기하지 않는다. 한국은 매번 4월이냐, 5월이냐 (따지며) 마치 모든 사람이 채권 투자자처럼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기론이라는 말 자체를 쓸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총재는 임기 초반 물가 급등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미적거렸고 후반에는 금리를 내렸음에도 시기를 놓쳐 경기 부양의 효과를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실기 논란은 정부의 개입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 총재는 “(지난해 5월 금리인하 때) 외부에서의 영향이나 압력이라는 것은 ‘없다’ 정도가 아니라 ‘영(0)’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나한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면 거명해달라”고까지 했다. 실기론에 대해선 김 총재가 앞으로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혀, 퇴임 이후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총재는 ‘낙하산 시비’를 일으킨 전력과 ‘한은도 정부’라는 발언으로 촉발한 중립성 논란을 ‘멍에’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의 벤 버냉키는 대학교수를 하다가 금통위원, 백악관 경제수석을 거쳐 연준 의장이 됐다. 자넷 옐런도 경제수석을 거쳐 연준 의장이 됐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전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김 총재는 파격 인사로 한은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데 대해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조직의 장을 아홉번째 하는 것인데 항상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었지 칭찬의 대상이었던 적은 없었다. 최선을 다했고 좌고우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임자인 이주열 차기 총재에 대해서는 “각국 총재들이 퇴임할 때 사람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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