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무게 줄여라” 0.15㎜ 두께 색동옷 입다
외관 전체 페인트칠하는 데
꼬박 12일 걸려 ‘세심한 손길’
자연스럽고 정확한 발색 위해
태양빛과 같은 특수조명 설치
“먼지 있으면 페인트 벗겨질수도”
112개 공기 흡입구로 청결 유지
아시아나항공에 5월말 인도 예정
외관 전체 페인트칠하는 데
꼬박 12일 걸려 ‘세심한 손길’
자연스럽고 정확한 발색 위해
태양빛과 같은 특수조명 설치
“먼지 있으면 페인트 벗겨질수도”
112개 공기 흡입구로 청결 유지
아시아나항공에 5월말 인도 예정
26일 오전(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에어버스 공장. 도장 격납고의 문이 스르르 열리자, A380 항공기 한 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 72m, 높이 24m에, 무게가 245t에 이르는 육중한 몸집이다. 항공기 동체 1개를 칠하는 데만 24명의 노동자들이 4교대로 하루 24시간 내내 달라붙어야할 정도다. 외관 전체에 페인트칠을 하는 데만 꼬박 12일이 걸린다. 면적으로 따지면 3150㎡에 달하는 분량이다.
도장 작업은 사흘 전에 끝난 상태였지만, 아직 코끝에선 페인트 냄새가 느껴진다. 빨강·노랑·파랑 등 7가지 빛깔의 색동 옷을 입은 초대형 항공기는 기내 인테리어 작업을 하러 건너편 격납고로 옮겨가는 길이다. 에어버스 도장공장 책임자인 카이 하이메스는 “A380 외관 도장 작업에 약 650㎏의 페인트가 쓰인다. 가급적 무게를 줄이면서 페인트칠을 해야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A380에 칠해진 페인트의 두께는 약 0.15㎜에 불과하다.
이날 도장 작업을 마친 A380은 오는 5월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에 인도된다. 6월부터 단거리 노선인 홍콩과 도쿄(나리타) 노선에 투입되고, 8월부터는 장거리 로스앤젤레스 노선에도 운항될 예정이다.
A380을 비롯한 에어버스 항공기의 제작은 4개국에 걸쳐 이뤄진다. 에어버스는 프랑스 툴루즈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 영국, 스페인 등이 합작으로 만든 회사여서 제작 공정도 각 나라에 분산돼 있다. 영국에선 주 날개를, 스페인에선 꼬리 날개를 만들고, 독일·프랑스에선 크게 4개 파트로 나누어진 동체를 제작하고 조립하는 식이다. 2011년 아시아나항공이 주문한 A380도 4개국의 손길을 거쳤다. 각 나라에서 만들어진 동체·날개 등은 트럭·선박에 실려 툴루즈로 보내졌고, 지난해 9월 최종 조립단계에 착수한 바 있다. 가장 정교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꼬리 날개만 동체 조립 전에 미리 색을 입혀서 툴루즈로 온다.
첫 비행은 도장 작업 전인 지난 해 12월에 이미 마쳤다. A380은 툴루즈에서 함부르크까지 페인트칠을 하기 위해 ‘벌거벗은’ 상태로 하늘을 날아왔다. 축구장 15개 크기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함부르크 공장에는 아시아나항공의 A380 1호기 외에도 페인트칠을 하려고 먼 거리를 날아온 항공기들이 즐비했다. 이 곳에서 도장과 기내 인테리어 작업을 마무리한 항공기는 다시 툴루즈로 날아가 시험 비행을 마쳐야 한다.
도장 작업은 얼핏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어느 공정보다도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에어버스 직원들은 전한다. 공장 안의 조명은 정확한 발색을 위해 태양빛과 다를바 없는 특수 조명을 달아놨고, 페인트가 잘 마르도록 최적의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경써야 할 일은 먼지를 제거하는 일이다. 도장공장에는 112개의 공기 흡입구가 설치돼 있다. 시간당 18차례씩 내부 공기가 교체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함부르크 공장에서 파견 근무중인 아시아나항공 최종혁 차장(정비부문)은 “도장 작업을 하기 전에 항공기 외관에 먼지가 묻어 있으면 나중에 그 부위의 페인트가 벗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만들어 조심스럽게 세척을 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까지 모두 6대의 A380을 사들일 방침이다. 대한항공 쪽은 이미 8대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 추가로 2대를 더 도입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은 한 대당 4억1400만달러(약 4452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A380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익성 높은 장거리 노선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A380 운항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명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초대형 항공기 A380은 이전까지 가장 큰 항공기였던 보잉 747-400에 견줘 승객을 40% 가까이 더 태울 수 있다. 또 첨단소재로 항공기의 무게를 줄여 좌석당 연료소비를 경쟁 항공기(747-400)에 견줘 22% 이상 줄였고, 이·착륙 때 소음을 제거하는 엔진을 장착하면서 ‘조용한 여객기’로 몸값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한대당 총 495석을 운영할 계획이다.
함부르크/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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