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그룹 최태원 회장이 2012년 11월22일 오후 결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등기임원 보수 첫 공개
작년 한달 빼곤 구치소에 있었는데 4개 계열사에서 보수 받아
등기임원 연봉 첫 공개…정몽구 회장, 김승연 회장도 100억대
작년 한달 빼곤 구치소에 있었는데 4개 계열사에서 보수 받아
등기임원 연봉 첫 공개…정몽구 회장, 김승연 회장도 100억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지난해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4개 계열사에서 모두 301억5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31일 법정구속돼 지금까지 구속상태인 최 회장은 등기임원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많았다. 그런 최 회장이 하루 1억원 가까운 보수를 챙긴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재벌 대주주가 배당금과는 별도로 경영자 자격으로 받는 보수의 크기가 합리적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5개 계열사에서 331억2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가 200억원을 반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51개 재벌그룹 경영진 중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은 모두 292명, 10억원 이상은 145명이었다.
31일 상장사들이 제출한 2013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최 회장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에서 등기임원 보수로 112억원을 받았고, 에스케이에서 87억원, 에스케이씨앤씨에서 80억원, 에스케이하이닉스에서 22억원을 등기임원 보수로 받았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이 2012년 계열사 실적 호전에 따른 상여금 명목으로 받은 것은 모두 207억원이었다.
퇴직금을 제외하고 등기임원으로 받은 보수 총액이 100억원을 넘는 등기임원은 최태원·정몽구·김승연 회장 등 모두 3명으로 나타났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3개 계열사에서 모두 140억원을 받았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한화·한화캐피탈 등 5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받았던 급여 200억원을 반납함에 따라 상여금 131억2000만원만 최종 수령했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구속됐고 지난해 초부터 내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아웃도어 ‘네파’를 생산하는 평창엘앤씨의 김형섭 전 부회장은 201억9000만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은 27억7600만원이었고 나머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이라고 공시에서 밝혔다.
재벌 대주주가 아닌 사람 가운데는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67억7300만원을 받아 재벌그룹 경영진 중 개별 회사의 등기임원 중 보수 4위를 기록했다. 신종균 대표이사(IT·모바일 부문 사장)가 62억13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윤부근 대표이사(소비자·가전 부문 사장)는 50억8900만원,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은 37억3400만원을 받았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대주주는 보수 공개 대상이 아닌 비등기임원이라 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연봉을 받지 않는다고 삼성 쪽은 설명했다. 삼성그룹 최대주주 일가 중 유일한 등기이사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연봉 30억900만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임원 보수 총액만을 공개해왔으나,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 공개가 사실상 이번에 처음 이뤄졌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비등기임원은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데다, 기업들이 어떤 기준과 절차로 임원 보수를 산정하고 지급했는지는 사업보고서만 봐서는 전혀 알 수 없어 시급히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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