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통계방식 바뀐 탓”
대내외 경제 여건에 뚜렷한 호재가 없는데도 국민계정체계가 바뀜에 따라 정부 기관과 연구소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당초보다 ‘기술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번주 예정된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도 이런 영향을 받아 4% 안팎으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은 3.5%로 올렸다. 김창배 한경연 연구위원은 “다른 요인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국민계정체계 변화가 상승 전망의 유일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유엔(UN)의 기존 1993년 국민계정체계(SNA)를 2008년판으로 바꾼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과거 비용으로 취급되던 연구개발(R&D) 투자가 자산으로 처리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연구개발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베이스, 오락, 문학작품 및 예술품 원본, 광물탐사 및 평가 등 기타 지식재생산물과 함께 ‘지식재생산물 투자’에 포함된다. 한은이 1월 발표한 지난해 성장률 속보치를 지난달 말에 0.2%포인트 증가한 3.0%로 수정 발표한 것도 연구개발 지출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바꾼 효과가 컸다.
실제 바뀐 국민계정체계에 따른 지식재생물 투자는 지난 2001~2013년 연평균 6.98%씩 꾸준히 성장해,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의 연평균 성장률 4.1%보다 높게 나타났다. 실질 연구개발비 지출만 따로 떼봐도 2001~2012년 연평균 8.3%씩 증가했다. 연구개발비의 이런 증가 추세는 한은이 지난 1월 전망한 올 경제성장률 3.8%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의할 점은 이런 기술적 성장률 상향 조정이 경제의 실질적 성장이나 체감경기의 개선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김학균 케이디비(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행의 올 성장률 전망치가 3.8%보다 상향되더라도, 기술적 변화일 뿐이지 경제 주체가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류이근 곽정수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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