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월세 전환 겹쳐
광역시 70.2%, 평균 웃돌아
전세금 대출 28조7천억으로
연체율도 0.74%로 크게 올라
광역시 70.2%, 평균 웃돌아
전세금 대출 28조7천억으로
연체율도 0.74%로 크게 올라
전셋값이 계속 치솟으면서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12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고, 전세 자금 대출도 큰폭으로 증가해 30조원에 육박했다.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하우스 푸어’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무리한 전세 자금 대출을 받은 ‘전세 푸어’마저 늘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6일 국민은행이 발표한 3월 전국 아파트의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은 평균 68.1%로 지난 2002년 6월의 68.2% 이후 처음으로 68%를 넘어섰다.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도 63.2%로 2001년 12월의 63.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을 제외한 6대 광역시의 전세가율 평균은 70.2%로 전국 평균보다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가 77.8%로 가장 높았고, 대구 74.1%, 울산 72.3%, 대전 71.2%, 부산 68.5%, 인천 62.3% 순서였다. 대부분 상승 추세였으나, 대구만 2월의 74.4%보다 약간 떨어졌다. 최근 대구지역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오른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광역시 남구로 79.6%였으며, 가장 낮은 지역은 경기도 과천시로 49.3%였다. 전세가율이 50%를 밑도는 곳은 과천시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서울의 경우, 중소형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성북구가 70.4%로 가장 높았고 구로구(67.9%), 동작구(67.7%), 서대문구·강서구(67.4%), 관악구(67.2%), 광진구·마포구(66.7%) 순서였다. 가장 낮은 구는 고가의 주상복합이 밀집한 용산구로 51.9%였고, 역시 고가의 아파트가 많고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강남구(55.9%), 서초구(59.1%), 송파구 (59.8%), 강동구(60%)가 전세가율이 낮았다.
전셋값이 치솟음에 따라 국민들이 시중 은행과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린 대출잔액도 올 들어 3월말까지 석달 동안 1조5천억원(5.7%) 늘어나, 3월말 현재 28조7천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전·월세 안정 대책이 나온 뒤 오히려 전세 대출은 늘어나고 있다. 분기별 전세 대출 자금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4.8%에서 2분기 3.6%, 3분기 3.4%로 점차 내려갔으나, 올해 들어 다시 상승했다.
전세 대출이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늘어났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은행권의 가계 대출 연체율을 분석해 보니 보증부 전세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56%에서 3분기 0.74%로 크게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주택 담보 대출 연체율이 0.63%에서 0.56%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의 높은 전세가율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월세로의 전환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겹쳐 나타났다. 전세 대출금 증가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푸어가 늘어나고 있다. 매매 활성화와 월세 전환이 정부 대책인 것 같은데, 공공 임대 주택을 늘리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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