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 설치엔 이견 없지만
금융산업-감독정책 떼자는 의견에
국회서 법안 개정논의 수개월 공전
‘법률 제·개정권’ 뺀 금소위 설치안
국회·금융당국 사이서 논의 시작돼
금융위 산하·독립 두고 격론 벌일듯
금융산업-감독정책 떼자는 의견에
국회서 법안 개정논의 수개월 공전
‘법률 제·개정권’ 뺀 금소위 설치안
국회·금융당국 사이서 논의 시작돼
금융위 산하·독립 두고 격론 벌일듯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논의가 이달 국회 통과를 목표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야당의 요구대로 금융위원회의 일부 기능을 떼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그 위상을 두고 정부 및 여야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과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금융감독체계 개편 및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 등 관련법 개정 논의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금소위 설치 방안에 대한 협상에서 정부 및 여야가 종전보다 진일보한 의견 절충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행정체계를 흔드는 금소위 설치에 기본적으로는 반대 입장이지만 (야당과) 서로 양보하면서 논의를 진척시키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이나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촉발됐다. 현행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을 떼어내 별도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자는 데는 여야 사이에 이견이 없다. 금소원이 금융기관의 영업행위 감독 등 소비자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참에 집행기관인 금감원 기능에 대한 분리뿐 아니라 금융위가 담당해온 정책 기구의 역할도 쪼개자는 야당 의원들(이종걸·민병두 등)의 요구가 나오면서 논의는 공전을 거듭해왔다. 금융산업정책을 기획재정부에 넘기고 금융감독위가 건전성 감독 정책을, 금소위가 영업행위 규제 등 소비자보호 정책을 맡도록 하는 법안(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이 발의된 데 대해, 정부 쪽에선 정부조직의 근간을 흔들어야 하는 일이라며 난색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 정무위 일부 위원들과 금융당국 사이에서 전면적인 산업 및 감독정책 분리에 앞서 우선 금융위로부터 독립적인 소비자보호기구로 금소위를 설치하는 타협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공적 민간기구로 금소위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 제·개정권을 포기하되, 규정 제·개정권 및 인사·예산에 대한 독립성을 확보하는 선에서 일단 금소위 설치를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위 관계자도 “만일 14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등 향후 국회 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견 사항에 절충점을 찾을 경우, 이번주 후반부터 구체적인 조문 작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변화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이상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를 방치해둘 수 없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소위의 위상과 권한에 대해 합의점에 이르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당국 안에서는 물론이고 야당 내에서도 각각 강온파의 기류가 맞서 있기 때문이다. 금소위를 금융위 안에 둘 것인지, 아니면 금융위와 대등한 별도의 장관급 기구로 설치할 것인지부터 법률 및 규정에 대한 제·개정권을 부여할 것인지 등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증권선물위원회와 같은 형태로 금융위 밑에 금소위를 설치하는 선에서 그칠 경우엔 야당 및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논의의 변수 가운데는 그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권한 축소 여부도 걸려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 산업을 모두 모피아가 주물러왔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공적 민간기구인 금소위 설치가 모피아의 입지를 좁히는 분수령이 돼야 한다는 학계 및 시민단체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학부)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후순위채 발행을 허용하면서 다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데서 보는 것처럼, 감독정책이 금융산업정책에 압도되면서 견제와 균형을 잃었다”며 “장기적으로 산업정책은 기재부로 넘기고 감독정책은 공적 민간기구가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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