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김행장 “임기 채우겠다”
징계뒤 물러나는 전례 안 따라
금감원 발끈 제재내용 전격공개
“리더십 흠집…알아서 판단하라”
김승유 전 회장 언론에 불만 토로
“금감원, 재검사…그렇게 한가한가”
징계뒤 물러나는 전례 안 따라
금감원 발끈 제재내용 전격공개
“리더십 흠집…알아서 판단하라”
김승유 전 회장 언론에 불만 토로
“금감원, 재검사…그렇게 한가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를 두고 하나금융과 금융감독원 간에 날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금감원이 조기 제재 공시라는 이례적 조처로 김 행장의 사임을 압박하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위험수위’를 넘는 발언으로 금감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2일 금감원은 지난 17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김 행장과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를 받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제재 내용을 공시했다. 관행대로라면 공시가 되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캐피탈에 대한 과태료 부과(500만원) 건이 포함돼 있어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과태료 부과에 대한 절차가 진행중인데도 이날 제재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김 행장은 2011년 하나캐피탈 사장을 지내던 시절, 김 전 회장의 직간접 지시를 받고 미래저축은행에 대해 145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가 6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이 과정에서 투자 심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진데다,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의결된 것처럼 의사록이 허위로 작성된 점 등이 징계 사유로 명시됐다.
이날 조기 제재 공시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앞서 김 행장이 지난 20일 임기 만료 전까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데 대해, 금감원이 사실상 사퇴 압박의 배수진을 치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행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은행법상 향후 3년간 재취업이 불가능하지만 내년 3월까지인 현 임기는 마칠 수 있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당장 행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 쪽의 시각이다. 과거 고 김정태 국민은행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 황영기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 등은 모두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거나 징계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금감원 쪽은 표면적으로는 이런 해석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지만, 김 행장에 대한 불쾌감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분위기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아직 감독기관이 제재 내용을 (하나은행에) 통보도 안 했는데 (김 행장이) 거취 문제부터 결정한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금감원이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리더십에 흠집이 생겼는데 본인이 알아서 책임있는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금감원의 조기 제재 공시 방침이 알려진 직후, <연합뉴스>에 “(나에 대한 징계는 그렇다 치고) 행장까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금감원이 이번 사안에 대해 재검사를 벌인 것을 두고 “금감원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인가. 지금껏 이런 예를 본 적이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런 불만은 금감원이 지난해 9월 김 행장에 대해서만 경징계를 내리려다가 다시 재검사를 통해 징계 수위가 높아진 걸 두고 하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의위에서 조사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나와서 재검사를 벌였고 이후 추가 정황이 드러나면서 징계 수위가 높아진 것”이라며 “(김 전 회장의) 억지 논리에 일일이 대응할 만큼 (금감원이) 한가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김 행장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배경에는 “투자 목적의 경영 판단”이었던 만큼 징계 내용이 과도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부동산, 미술품 등 담보도 마련한 만큼 적절한 조처를 취했다는 것이 하나은행 쪽 입장이다. 그러나 담보로 잡힌 건물은 후순위로 담보 가치가 없었고, 미술품을 담보로 잡는 것도 이례적이라 “정상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내부에선 ‘엠비(MB) 정부 때 4대 천왕으로 불리던 김 전 회장을 타깃으로 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김 전 회장과 관련해 하나은행의 미술품 구매, 퇴직 뒤 받은 연 5억원의 보수 문제 등을 별도로 검사하며 압박해왔다.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당국이 명시된 권한 외에 재량권 행사를 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임권고 대신 문책경고를 내리고 사임 압박에 나서는 것은 감독당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처사라는 뜻이다.
황보연 송경화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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