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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여성에겐 기회를, 남성에겐 가정을…“잃은 것 찾아 행복해지자”

등록 2014-04-30 15:04

[가족친화경영]
한국일가정양립재단 송미란 이사장
“잠재력 있는 여성 인력이 이렇게 사장되는 건 너무 아깝지 않나요?”

송미란(51) 한국일가정양립재단 이사장이 정색을 하고 물었다.

“태어날 때는 남녀가 동등하게 태어납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같지요. 그런데 직장에 들어가면서 달라지고, 출산·육아를 거치면 차이가 커져버립니다. 여성은 한번 경력이 단절되기라도 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지요. 조금만 시간을 주고 지원하면 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데….”

송 이사장은 2004년 개스킷을 생산하는 ㈜바이저(경남 김해)를 창업해 경영하고 있는 여성 기업가다. 여성벤처협회 부산경남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런 그도 창업 이전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일할 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차별을 피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급여가 남자 직원의 80% 수준이었고, 모성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세 아이를 낳았는데 매번 출산 직전까지 일을 계속해야 했다.

바이저 창업 이전 남편과 함께 설립했던 회사 지분을 외국계 회사에 팔아 돈이 생겼을 때, 보람된 일에 쓸 길이 없을까 고민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이 일가정양립재단이었다. 23억원을 출연해 2010년 재단을 출범시켰다. 여성의 잠재력을 살려 쓰자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일에 쫓겨 가족으로부터 고립되는 남성들이 일과 가정 양쪽에서 보람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재단 설립의 중요한 취지 가운데 하나다. “일과 생활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 일을 통해 가정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송 이사장은 말했다.

그가 이끄는 바이저는 직원이 100명이 안 되는 작은 중소기업이다. 생산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은 대개 출산을 끝내고 육아 부담이 크게 줄어든 30대 후반에서 50대 여성들이다. 하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원칙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고,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정해 잔업 없이 정시퇴근한다.

송 이사장은 “정시퇴근을 하게 되면 그 뒤 일을 계획하고, 그걸 위해 근무시간을 압축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며 일하는 시간이 단축된다고 해서 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바이저는 해마다 지역 한의원과 제휴해 직원들에게 보약을 제공한다. 청결한 근무환경과 기숙사, 휴게실, 식당 등을 갖추고 복리후생에 힘써 2011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고, 이듬해엔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의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성은 출산과 육아 기간을 거치면서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기 쉽고 성취도가 낮아져 승진이 늦어지고, 급여도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많이 빠져듭니다. 여성의 출산은 미래 인재를 낳는 일인데, 그것이 경력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남성에게 병역을 치른 데 대해 가점을 준다면, 여성의 출산에 대해서도 가점을 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일시적인 경력단절이 있더라도, 여성들에게 조금만 기회를 주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가정양립재단의 설립은 단지 여성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실현하겠다’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는 “직장에서 일하는 환경이 바뀌지 않은 채 일·가정 양립만 주장하면, 남성들은 그것을 이중 부담으로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일·가정 양립을 남성문화 조직에 이해시키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조직 구조와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컨설팅, 강의, 워크숍, 연구사업 등을 진행한다. 특히 남성의 가사 및 육아 참여(휴직) 유도와 확산을 통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남성의 참여를 촉구하고, 구호를 넘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빠 역량 증진에 초점을 둔다. 아빠가 자녀와 소통할 수 있게 ‘웃는 아빠 캠프’를 운영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캠프 참가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로 연결되곤 한다고 송 이사장은 설명했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회사의 지원은 단기적으로 보면 비용 지출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입니다. 사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면 긍정의 파급효과가 생기지요. 최고경영자가 그런 생각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중요하니까 당장 비용부터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의 힘이 ‘구성원의 가족 같은 관계’에서 나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부의 여러 지원제도가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경영자이며 재단 이사장인 그는 아무리 일이 많더라도 늦어도 밤 10시까지는 귀가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 스스로도 주변 여건이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일에 적극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력단절이 문제다,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적극적으로 움직여,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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