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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부장승진’ 위해 회사맨 15년…이젠 아빠로도 살고 싶다

등록 2014-04-30 15:07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아빠가 일을 떠나 자녀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고 함께 놀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주최한 ‘좋은 아빠 놀이학교’에서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아빠가 일을 떠나 자녀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고 함께 놀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주최한 ‘좋은 아빠 놀이학교’에서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가족친화경영]
고용안정·보수보다 ‘양립’ 먼저 꼽아
나이들수록 가정 우선 경향 뚜렷
승진·보상 위주 조직문화 바뀌어야
4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42)씨는 올해 초 부장으로 승진했다. 온 가족의 경사였다. 고생스런 직장 생활 15년 만에 이룬 일이라 기쁨은 더욱 컸다. 이제 더 열심히 일해 ‘대기업의 꽃’이라는 상무에 오르는 게 목표여야겠지만, 김씨는 그렇지 않다. 별 따기가 쉽지도 않을뿐더러, 전쟁 같던 15년의 생활을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도 않다. 밥 먹듯 야근하고 회식하고 새벽 별 보며 출근하는 일로 지금까지 인생을 채웠다. 주말이나 돼야 초등학교 1·3학년이 된 두 아이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는 것도 이젠 해선 안 될 일인 것 같다. 임원이 된다면 집안일은 더욱 내팽개쳐야 할 터다. 언제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김씨의 목표는 이제 뚜렷하다. 부장으로 최대한 버티기다. 일에만 전념한다는 핑계로 집안일에 신경쓰지 않는 것을 아내도 더는 탐탁지 않아 한다. 지난해엔 집안일 분담 문제로 아내와 여러차례 다투다 이혼 위기까지 겪었다. 회사일에 바쁜 남편을 이해해줬으면 하는 억울한 심정이었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꾸리는 일도 아내에겐 벅찼을 것이다.

평생 일에만 몰두하며 직장에서 잘나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게 이젠 일반적이지 않다. 요새 직장인들은 안정된 직장, 경제적 안정, 승진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조희경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직장인의 성공에 대한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전국 직장인 1054명을 대상으로 성공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69.2%(이하 복수응답)는 ‘일·가정의 양립’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어 안정된 직장(66.4%), 경제적 안정(61.9%), 승진(53.5%)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일·가정의 양립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20대는 경제적 안정(67.6%)을 일·가정 양립(62.6%)과 안정된 직장(61.2%), 승진(56.8%)보다 중시하는 반면, 40대는 일·가정 양립(72.7%)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고 다음으로 안정된 직장(71.0%), 경제적 안정(65.2%), 승진(54.5%)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50대 이상은 일·가정 양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이 75.7%에 이르렀다.

조 부연구위원은 “직장인은 일·가정의 양립에 이어 안정된 직장을 중요시하지만 기업은 승진과 보상을 주요 인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승진·보상 중심에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조직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빠 육아휴직 아직 3.3%뿐

중견기업에 다니는 박아무개(37)씨는 요즘 고민이 깊다. 백일이 다 돼가는 딸 때문이다. 3살짜리 첫째 아들 때 육아휴직을 한 아내는 출산휴가가 끝나는 대로 복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 않아도 박씨 역시 두차례 육아휴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심 생각해왔다. 고향에 있는 양가 노부모께 아이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연한 권리인데도 결단을 해야 할뿐더러 눈치가 보인다. 상사뿐 아니라 동료들도 업무를 더 맡아야 하니 박씨의 육아휴직을 싫어할 것이다. 요즘 박씨는 육아휴직 얘기를 꺼낼 기회를 노리느라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 같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통계가 말해준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6만9616명 가운데 남성은 2293명이었다. 3.3%다. 정부는 최근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 대책으로 민간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2년 안에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을 전체 육아휴직자 중 1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맞벌이 부부가 둘 다 육아휴직을 쓰면 두번째 신청자에게 첫 1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조정하되 최대 150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두번째 육아휴직’을 ‘아빠’들이 쓰도록 하려는 게 정부의 의도다.

그러나 남성 육아휴직이 쉽게 늘긴 어려워 보인다. ‘회사의 눈치’도 큰 걸림돌이지만 사회적 인식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박씨의 경우에도 회사의 눈치를 무릅쓰고 육아휴직을 쓴다 해도 회사 동료들 외에 노부모나 친척들에겐 알리지 않을 생각이라고 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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