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금융데이터 제공업체인 ‘블룸버그’가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시세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가격 급등락에 따른 불안정성과 세계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비트코인이 금융시장에서 시민권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마켓워치>는 블룸버그가 금융거래정보 단말기를 통해 전 세계 32만명의 구독자들에게 비트코인 거래소 ‘크라켄’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블룸버그의 글로벌 채권·외환·상품 책임자인 토드 반 네임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 화폐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관련 시장의 움직임을 더 잘 관찰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비트코인은 세계 각국에서 운영되는 거래소마다 가격이 다르고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투명성 정도가 제각각이라 정확한 가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크라켄은 현재 미국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마켓워치>는 “금융정보 서비스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블룸버그가 비트코인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주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크라켄과 같은 비트코인 업체들이 통제된 거래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비트코인 전문 웹사이트 코인데스크와 유명 벤처 투자자 윙클보스 형제가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읽을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한 바 있다.
판테라 캐피탈의 댄 모어헤드 최고경영자는 전자메일에서 “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블룸버그에 없는 정보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를 통해 투명한 가격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기관 차원의 비트코인 도입에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고 <마켓워치>는 덧붙였다.
2013년 초 단위당 14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중국 내 수요 증가 등으로 지난해 11월 1200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큰 가격변동성, 보안 문제, 세계 각국의 규제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큰 폭으로 떨어져 지금은 5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세계 첫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일본의 마운트곡스는 지난 2월 50억달러어치에 이르는 85만 비트코인을 도둑맞았다며 도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 뒤 20만비트코인을 되찾긴 했지만 2월 이후 거래는 중단됐고, 거래소는 지난달 24일 공식 파산 선고를 받았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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