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말 최정 지정 앞두고
해수부 차관 벨기에 급파
처벌 강화 등 요구 수용에도
“집행의지 믿을 수 없다” 반응
해수부 차관 벨기에 급파
처벌 강화 등 요구 수용에도
“집행의지 믿을 수 없다” 반응
세월호 참사에 이어 한국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불법조업(IUU·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국가’로 낙인 찍힐 위기에 처하면서 해양수산부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불법조업국으로 지정되면 국내에서 생산·가공한 수산물의 유럽연합 지역 수출금지는 물론, 국내 선박의 유럽연합 항구 이용금지 등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해 한국의 유럽연합 수산물 수출액은 약 1억달러에 이른다.
해수부는 오는 6월 말 유럽연합의 한국에 대한 불법조업국 최종 지정을 앞두고 손재학 차관이 유럽연합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을 위해 7일 벨기에 브뤼셀로 떠났다고 이날 밝혔다. 이주영 장관을 비롯한 1급 고위 간부들이 세월호 참사 수습에 매달려 있는 가운데, 손 차관이 출장길에 오른 것은 유럽연합 쪽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11월26일 한국을 비롯해 가나, 네덜란드령 퀴라소 등 3개국을 예비 불법조업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원양어선의 어선위치 추적장치 의무화를 이행하지 않고, 어선 경로를 감시하는 조업감시센터를 가동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해수부는 예비 지정 해제를 위해 유럽연합 쪽과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2일 개최하기로 한 사전협의를 회의 보름 전 갑자기 비공개 화상회의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이 회의에서 지금까지 거론하지 않던 서태평양 참치조업 문제를 제기하는 등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문해남 해양정책실장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정부가 원양어선들의 불법조업 처벌 조항을 대폭 강화하고, 어선위치확인장치(VMS)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유럽연합 쪽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으나, 유럽연합은 ‘한국 정부의 처벌 의지와 정책 집행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해남 실장은 “현재 유럽연합의 태도를 봐선 예비 불법조업국 해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급파된 손재학 차관은 유럽연합의 우리 에반스 해양수산총국장, 장뤽 데마트리 통상총국장, 스티브 트렌트 환경정의연합(EJF) 사무국장을 잇달아 만나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문 실장은 “전체 수출액으로 보면 그리 큰 규모가 아니지만, 수산 분야로만 보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불법조업을 일삼는 국가로 낙인 찍히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한국은 미국 상무부의 예비 불법조업국 리스트에도 올라있다.
세종/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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