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시민들이 이 회장 입원 소식을 알리는 뉴스를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건희 이후’ 준비됐나
건강이상 대비 승계작업 진행 분석
계열사 일사분란한 분리·합병
미래전략실 이 부회장 측근인사들
전자로 인사이동해 ‘보필’ 전망
지분구도 정리·승계 자금확보와
이 부회장 경영능력·자질 입증 ‘숙제’
건강이상 대비 승계작업 진행 분석
계열사 일사분란한 분리·합병
미래전략실 이 부회장 측근인사들
전자로 인사이동해 ‘보필’ 전망
지분구도 정리·승계 자금확보와
이 부회장 경영능력·자질 입증 ‘숙제’
“보는 대로 좋아요.”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17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팔을 흔들며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건강이 어떠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지난 1월11일 일본 출국 96일 만에 귀국한 참이었다. 이 회장의 국외 장기 체류는 더는 뉴스가 아닐 정도로 잦았다. 직전 국내에 머문 시간도 보름가량뿐이었다. 삼성그룹 쪽은 ‘글로벌 시장 점검 및 경영 구상, 건강 관리’를 국외 체류의 이유로 밝혀왔다. 그럼에도 재계에서 조용히 확산되던 ‘건강이상설’은 이번 이 회장의 입원으로 일정 부분 확인되는 분위기다.
당장 이 회장의 유고를 대비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전망이 많다. 삼성 쪽에선 “신속한 응급처치의 결과가 좋고 예후도 좋다. 언제 퇴원할지는 아직 몰라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4대 그룹 소속 한 고위 임원 역시 “유고를 대비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 수뇌부는 향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 회장의 퇴원 여부가 확실치 않아 언제까지 자리를 비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장기 국외체류 기간에도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이 경영 지휘부(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왔지만, 중대한 의사 결정은 이 회장이 직접 내렸다는 것이 삼성그룹 쪽 설명이었다. 최근 본격화된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 역시 이 회장의 재가 없이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삼성 안팎에선 설명한다. 이 회장이 직접 결정내리지 않는 경우에도, 이 회장의 포괄적인 위임 아래 경영활동이 이뤄져왔다.
이미 이 회장의 건강 문제에 대비해 삼성그룹이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경제계에선 최근 삼성그룹 구조 개편과 인사 이동 등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2011년 말 삼성엘이디(LED)를 합병하는 등 부품 부문 계열사들의 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에스디아이(SDI) 합병, 삼성 금융계열사 구조조정 등 사업구조 개편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것 역시 이 회장의 건강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것은 물론 후계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설명이 재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안에 이뤄질 삼성에스디에스(SDS) 상장으로 이 부회장은 그룹 승계 자금 확보의 길까지 열렸다.
특히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눈길이 쏠린다. 삼성전자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은 곧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재용(46) 부회장의 공식 소속사인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전체 이익의 70%가량을 내고 있다. 4대 그룹 소속 핵심 관계자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구조개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헤쳐모이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막판 터잡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전략실 팀장들의 전면 교체 역시 삼성전자가 핵심 열쇳말이다. 2010년 이 회장의 경영 복귀 뒤 출범한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한 팀장들 대부분이 삼성전자 등으로 이동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과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사장) 등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은 삼성전자에서 이 부회장을 보필하는 구실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012년 말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을 지내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이동한 이상훈 사장 역시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커뮤니케이션팀과 법무팀 등은 경영지원실 소속이다.
경제계에선 삼성그룹의 3세 승계 작업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이 부회장에게 남았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을 넘겨받을 능력과 자질을 과연 갖췄느냐는 의문에 대한 답을 이 부회장 스스로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그룹은 위기에 맞닥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그룹 이익의 70%를 내고, 그런 삼성전자 이익의 70%는 스마트폰에 쏠려 있을 정도로 극도의 편중 상태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해지고 있다.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대해 “뭐가 괜찮나, 별로였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승계 자금 역시 확보해야 한다. 삼성에스디에스 상장으로 1조원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을 경우 내야 할 세금을 감당해야 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이 부회장 체제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순환출자 방식으로 제조사와 금융사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지분구도를 명쾌하게 정리하면서 삼성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적잖은 자금이 필요하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삼성 계열사 간의 이합집산을 보면 변화 속도가 ‘마하경영’이 분명하다. 지배구조 변화 등이 삼성전자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위기를 타개하는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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