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귀정 박사
한귀정 박사 ‘발명의 날’ 훈장
상온에서 최대 4일까지 보존
첨가물 없이 전통기법 되살려
상온에서 최대 4일까지 보존
첨가물 없이 전통기법 되살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떡. 그러나 굳지 않게 온전히 보관하며 두고두고 오래 먹을 수 있도록 하기란 참 어렵다. 그런데 세계 최초로 ‘굳지 않는 떡’ 원천기술을 개발해 전통떡의 세계화에 기여한 이가 있다. 27년 동안 농촌진흥청에서 전통식품 품질향상과 농산물 자원 가공에 힘써운 한귀정(49·사진) 박사다. 그는 제49회 발명의 날(5월19일)을 맞아 ‘농업 농촌의 6차 산업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옥조근정훈장을 받게 됐다.
한 박사의 원천기술은 기존 기계(펀칭기)를 이용해 떡을 만들 때 화학적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수분·온도·펀칭 강도·시간 등 4가지 면에서 최적의 제조 조건을 설정하는데 있다. 그렇게 만든 떡은 상온에서는 계절에 따라 최대 4일까지 보존 가능해 말랑말랑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냉장보관할 경우 4일에서 2주 동안, 냉동보관 때는 6개월 이상 굳지 않은 떡을 즐길 수 있다. 냉동 보관의 경우 냉장실에서 해동하면 온전한 맛이 나온다고 한 박사는 말했다. 기존 하루 정도 밖에 안 되던 떡의 저장성이 향상되고 유통기간도 혁신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어렸을 때 할머니를 따라 떡과 한과를 만들면서 굳지 않는 떡에 관한 전통적인 기법이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 원천기술은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겁니다. 그런 전통적인 기법이 있었는데 우리가 현대적으로 해석을 하지 못한 것이지요. 새로운 기계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떡집에서 사용하는 기존 기계로 됩니다.”
한 박사는 2010년 12월 이에 관한 특허를 처음 받았고, 2011년부터 실용화했다. 이로써 멥쌀떡(가래떡·경단·꿀떡·절편·두텁떡·개피떡)과 찹쌀떡(인절미·구름떡·찹쌀모찌·찰편) 등 전통떡의 상품화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라이스클레이, 샐러드볼 등 응용제품도 만들어졌다. 농촌진흥청은 그의 원천기술을 통해 유통기간 연장에 따라 떡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7년 동안 1조3702억원은 될 것으로 추산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한귀정 박사가 국내외 관련 업체에 290여건의 기술을 이전하고, 세계시장에 떡 수출을 가능하도록 해 브랜드가치를 높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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