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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규제는 공공성 보호 위한 안전장치”

등록 2014-05-18 20:49수정 2014-05-21 17:09

공익과 사익 따져 논의해야
‘규제개혁’. 정부가 ‘규제’란 말을 쓸 땐 ‘개혁’이 따라붙는다. 여기엔 규제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규제란 ‘나쁜 것’, ‘불편한 것’, ‘비효율적인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를 “쳐부숴야 할 원수”, “암덩어리”라고 표현했다. ‘나쁜 규제’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규제완화론’의 대부 격인 밀턴 프리드먼 전 시카고대 교수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규제에도 적용된다”는 말을 남겼다. 규제에 비용이 드는 만큼 규제를 없애면 비용의 감소로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규제에 대한 이런 일방적인 인식은 자칫 전체 사회 구성원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실 규제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119조2항)은 이렇게 규제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규제란 관청에서 요구하는 두꺼운 서류 뭉치로 비유되기 일쑤지만, 행위자의 자의나 욕심을 공익의 관점에서 통제하는 일종의 ‘선긋기’와 같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소장은 규제를 “강자의 자유로부터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규제란 말의 사전적 정의도 그렇다. ‘규칙이나 규정에 의해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 것’을 말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규제를 “규칙과 규정”이라고 부른다. 그는 규칙과 규정이 “시스템의 효율성은 물론이고 분배에도 영향을 끼친다. 즉 그 내용에 따라 누군가는 혜택을 누리고 다른 누군가는 희생을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엔론 사태’는 그 좋은 예다. 2000년 12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상품선물현대화법에 사인했다. 정부가 통제하는 거래소가 아닌 곳에서도 에너지 선물(미래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따라 거래)을 거래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전력업체 엔론이 전년도에만 100만달러(한화 10억원)를 들여 로비를 벌인 결과였다. 그 이후 캘리포니아주에선 반년 동안 38차례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정부 통제가 사라지자 엔론이 선물시장에서 고의로 전기 공급 부족을 일으켰던 것이다. 전기값도 폭등했다. 수백만명의 주민은 정전의 고통을 겪었고, 기업은 수십억달러의 이윤을 챙겼다. 2001년 6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가 나서 가격억제정책을 펴면서 전기값은 안정을 되찾았다.

엔론 사태에서 보듯 잘못된 규제완화는 소수의 당사자가 혜택을 보지만, 그 피해는 자칫 수백만명이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찍이 루이스 브랜다이스 미 대법원 판사는 “정부의 규제는 기업이라는 괴물이 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사슬”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와 환경 등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라도 규제는 필요하다. 규칙과 규정이 없는 시장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자본주의’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규제가 절대선은 아니다.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경제학)는 “시대와 맞지 않는 규제, 단순히 관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놔두는 규제, 실익이 없는 규제 등은 잘 골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진 부소장은 “규제 때문에 경제활동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이유로 제한받는 ‘사익’과 규제가 도모하는 ‘공익’ 가운데 어떤 게 더 큰지 신중하게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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