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포스코를 제외한 어떤 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두달여 만인 19일 직접 기업설명회 자리에 나서 내놓은 말이다. 권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 회장으로선 처음 참석해 “수익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철강 업황의 부진과 과도한 사업 다각화로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최근 몇 해 동안 포스코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했다.
권 회장은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그는 기존 46개 계열사는 통합·분리·교환 등 내부 조정 등을 통해 30여개로 재편하고, 불필요하게 늘어난 계열사와 해외사업은 매각·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소재·에너지 등 3대 산업의 전후방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기존 전략은, 철강을 중심으로 원천소재·청정에너지를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에너지 사업은 국내 석탄 발전과 신흥국 중심의 국외 발전시장 진출, 연료전지 사업 육성 등이 추진된다. 초기 투자 단계인 소재 산업은 기술 확보와 수요 확대에 방점을 찍기로 했다.
무엇보다 재무구조 건전화가 중기 전략의 초점이다. 포스코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는 3월 말 현재 40조58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0%(1조9470억원) 늘어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등 계열사의 단기 차입금이 증가한 탓이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89.6%로 전 분기보다 5.3%포인트 상승했다.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매긴 신용등급은 2010년 A(안정적)에서 지난해 BBB+(전망은 부정적)로 떨어졌다.
포스코는 재무 건전화를 위해 투자를 최대 8000억원 줄이기로 했다. 부채는 늘고 실적은 나빠지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포스코는 올해 6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5조7000억~5조9000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2010~2013년 정준양 회장 시절 적게는 연간 7조~11조원까지 대규모 투자를 벌여왔다. 아울러 현금 사정 개선을 위해 고금리 차입금 상환, 재고자산 감축, 매출채권 회수기간 단축도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추측이 무성한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매각설도 포스코의 재무구조 악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포스코가 2010년 3조3724억원에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0.3% 가운데 50%를 제외한 나머지를 판다면 19일 종가 기준으로 현금 4000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는 주요 계열사라도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을 남기고는 팔 수 있다는 태도다. 그러나 권 회장은 “구조조정 대상에 대우인터내셔널도 예외일 수 없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신규 자금 확보를 위해 포스코에너지·포스코건설·포스코특수강 등 주력 계열사의 주식도 공개할 방침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인수에 대해선 좀더 시간을 두고 신중히 판단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2010년 5조5525억원에 이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2조9961억원으로 추락했지만, 2016년까지 다시 5조원대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신용등급은 A 이상으로, 2010년 7조원대에서 지난해 4조원대까지 떨어진 현금창출능력(EBITDA)은 8조50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포스코는 밝혔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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