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의사결정 리더십 추락
국민은행 이사회가 경영진의 전산시스템 교체 계획 원점 재검토 방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국민은행이 전산시스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내홍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은행장과 이사회, 지주사 등 내부 최고의사결정권을 쥔 주체들의 리더십과 신뢰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국민은행의 내부 갈등은 지난달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봉합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심판’을 기다려보자는 선에서 해결 시점이 다시 연기됐다. 이날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장장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사회는 경영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산시스템 전환 일정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가 끝난 뒤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금융감독원 검사를 고려해, 시스템 전환 일정의 진행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건호 국민행장도 “금융감독원 검사를 고려해 전산시스템 전환 관련 업체 선정 과정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발걸음이 더 중요해지면서 바빠졌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검사를 당초 예상보다 빠른 오는 5일 마무리하고 늦어도 7월 중순께 관련자와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19일 국민은행과 케이비(KB)금융지주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은행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은행장과 이사회, 지주사 등 ‘삼각축’의 리더십과 신뢰는 더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4월24일, 지난달 19일에 이어 30일 이사회 회의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실질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조차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갈등만 공개적으로 드러낸 채 문제를 해결짓지 못했다. 자회사인 은행을 경영 및 관리하는 지주사는 되레 갈등을 증폭시켜왔다. 은행 노조에서 경영진 등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금감원의 검사 이후 은행과 지주사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에 들어갈 경우 ‘삼각축’의 리더십은 한층 약해지고, 경영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류된 전산시스템 전환 일정은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키를 쥐겠지만, 어느 한쪽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전산시스템 전환 일정도 그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전산시스템 업체인 아이비엠(IBM)과의 계약은 내년 7월에 끝난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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