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직송화물 배송비 비싸
한국 거쳐 보내면 최대 60% 저렴”
환적 규제완화 연 3600억 효과 발표
시장가, 규제 푼 가격보다 낮고
중국 ‘통관 간소화’ 정책으로
특송화물 세관 절차 줄어들어
굳이 우리나라 거쳐갈 필요 없어
한국 거쳐 보내면 최대 60% 저렴”
환적 규제완화 연 3600억 효과 발표
시장가, 규제 푼 가격보다 낮고
중국 ‘통관 간소화’ 정책으로
특송화물 세관 절차 줄어들어
굳이 우리나라 거쳐갈 필요 없어
항공 물류 규제를 풀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낳을 것이란 관세청의 발표가 크게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를 없애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규제완화 명분의 허약성을 드러낸 사례다.
관세청은 지난 4월 다른 나라끼리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물류를 우리나라가 유치할 수 있도록 환적(옮겨 싣는 것)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중국으로 직접 배송되고 있는 화물을 우리나라로 들여와 국제우편(EMS)으로 쉽게 환적할 수 있게 한 뒤 중국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우체국이 서비스를 하는 국제우편엔 항공 화물과 달리 고유번호가 붙지 않아, 공항으로 들어온 제3국행 화물을 우편으로 곧바로 환적해 내보내기 쉽지 않았다.
이는 전자상거래로 미국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는데도, 미·중간 국제우편 요금은 너무 비싸고, 특송으로 화물을 보낼 경우엔 통관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우리 정부가 짜낸 ‘틈새 전략’이었다. 관세청은 이런 상황에서 특송물품의 국제우편 환적을 쉽게 해주면, 중국행 물류가 ‘중국에서의 수월한 통관과 낮은 가격’이라는 이점을 보고 한국으로 밀려들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이 조처는 전달 박근혜 대통령이 대규모 민간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열고 규제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관세청이 내놓은 대표적인 규제개혁 추진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관세청은 이로 인해 연간 361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1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크게 과장됐다. 관세청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로 가는 특송화물(2kg 기준)의 물류비용이 11만6830원 드는 대신, 중국으로 가는 특송화물을 인천공항으로 들여온 뒤에 국제우편으로 환적해 운송하면 물류비용이 최대 60% 저렴한 2만9320원에 그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중국간 직접 운송에 따른 물류비용은 관세청이 규제개혁을 통해 낮추겠다고 밝힌 가격대보다 더 낮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물류시장에서 이미 형성돼 있다. 미국에 사업 근거지를 두고 있는 중국계 지시비엑스(GCBx)사는 1.8kg 기준에 22달러(약 2만2500원), 유씨에스(UCS)사는 같은 무게를 19.5달러에 중국까지 배송해주고 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간 직접 배송료가 더 싸거나 비슷하다면 굳이 우리나라를 거쳐갈 필요가 없게 된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규제개혁’의 실효성을 크게 반감시키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12년 각 부처와 지방정부에 전자상거래 시범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라는 ‘통지’를 내려보냈고, 정주시와 항주시, 중경시를 시범지역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국제우편이 아닌 특송화물의 경우 까다로왔던 세관의 통관 절차가 지난해부터 크게 간소화됐다. 관세청의 ‘틈새전략’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세청이 ‘규제개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연간 물동량(약 312만건)의 최소 절반 이상의 귀착점이 중국이란 점에 비춰보면, 이미 시행에 들어간 중국의 전자상거래 활성화 정책은 관세청 ‘규제 개혁’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였다. 하지만 정책 홍보 과정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중국 세관의 간소해진 통관 절차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제우편으로 환적하는 관세청의 방식이 아니라, 항공화물을 우리나라에 들여온 뒤 중국 등지에 특송화물로 싸게 보내는 것이다. 한·중 합작 물류회사인 화탕국제물류의 최성국 이사는 “우리는 전세기나 화물 블록(대규모 물량)을 이용해, 국제우편 환적에 견줘 최대 3분의 1가격인 1kg에 3000~5000원으로 중국에 특송화물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지난 4월에 밝힌 방침대로, 지난달부터 화물의 국제우편 환적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환적 시스템에 별 이상이 없을 경우 이르면 다음달부터 이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규제개혁은 우정사업본부와 민간업체의 요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활성화 정책으로 특송화물의 통관 절차가 간소화됐더라도 국제우편 환적 수요가 여전히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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