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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콧대높은 현대차가 웬 반성문?

등록 2014-06-02 20:22수정 2014-06-03 10:00

“국민기업으로 아직 부족하다”
김충호 사장, 부산모터쇼서 몸 낮춰
“품질에 비해 비싸다” 비난 늘고
수입차에 밀려 내수 70%도 위태
“신차 AG·그랜저 디젤에 니즈 담아”
“현대자동차가 국민기업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부산국제모터쇼 미디어 행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모든 임직원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열린 마음과 겸허한 자세로 소중한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새로 출시할 자동차들을 자랑하기에 바쁠 때, 김 사장은 엄숙한 표정으로 ‘반성문’ 발표에 공을 들였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업체별로 부산모터쇼 미디어데이에 주어진 시간은 17분밖에 되지 않았고, 현대차는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급인 신차 AG와 그랜저 디젤 모델 발표가 무척 중요한 터였다. 모터쇼는 물론 신차발표회에서 “부족하다”는 반성을 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현대차가 뭐가 부족하다는 걸까? “어느 브랜드에나 ‘안티’가 있지만, 현대차에 유독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같은날 곽진 현대차 부사장이 털어놓은 이른바 ‘안티’에 대한 부담감에서 현대차의 속내가 묻어난다. 현대차에 반감을 가진 소비자들은 적지 않다. 현대차 관련 기사의 인터넷 댓글에, ‘현대차로부터 얼마나 받아먹었냐’는 비난이 기자에게 쏟아지는 일이 일상적일 정도다.

국내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현대차의 내수 제품 품질에 의문을 표시하는 일이 많다. 대개 미국 등 수출용 자동차에 견줘 품질은 떨어지는데 가격은 비싸다는 비난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현대차의 신형 엘에프(LF) 쏘나타의 편의사양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가격만 올라갔다는 등 신차 출시 때마다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비난이 제기되곤 한다. 과거 차량 강판 등에서 일부 차별이 있었던 것들이 여전히 소비자들에겐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최근 들어 유독 ‘제값 받기’를 앞세우고 있다. 신형 쏘나타와 제네시스 모두 수출·내수용이 각종 옵션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내수용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다고 현대차는 설명한다. 에어백이나 안전띠 등 일부 사양의 경우 국·내외 제도가 요구하는 정도가 달라 차이점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홀대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느끼는 위기감은 시장 점유율 수치가 보여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의 집계를 보면, 2009년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76.8%였지만 점차 줄어들어 지난해 71.4%까지 떨어졌다. 올들어 4월까지는 70.5%로 내려가, 70%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자동차업계에선 연간 기준 점유율 70%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입차의 공세가 무서운 까닭이다. 2009년 4.2%에 그쳤던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10%를 넘어섰고 올 들어 4월까지는 11.5%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점유율은 12%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김충호 사장이 ‘반성’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2개월 여 전만 해도, 김 사장은 ‘국내에서 안티 현대 바람이 거세다’는 지적을 듣고도 “현대차가 매년 여러 문제를 겪는데 노사문제가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동문서답했다. 그랬던 김 사장이 이번 부산모터쇼에선 “고객이 보내준 성원과 격려만큼 잘하고 있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백마디 말보다 한 대의 차로 진정성을 보여주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고객만족을 실천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한 신차 AG, 그랜저 디젤 등도 “고객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적극 담아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 수출확대전략회의에서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에 밀린다면 해외시장에서 부진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다시 현대차를 선택하도록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신차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현대차 회사 쪽은 노동조합에도 ‘안티 현대’ 해결에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3일 열릴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 노사 상견례를 앞두고 현대차가 노조에 제안한 3대 요구안에는 ‘대고객 홍보활동’이 포함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홍보활동을 함께 진행하자고 노조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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