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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프로보노의 진화, 글로벌 기업의 인재양성 전략으로

등록 2014-06-03 19:18수정 2014-06-05 09:33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2월 열린 ‘2014 글로벌 프로보노 서밋’ 참가자들이 행사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세스넷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2월 열린 ‘2014 글로벌 프로보노 서밋’ 참가자들이 행사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세스넷 제공
[사회적 경제] ‘프로보노’ 트렌드
※프로보노 : 전문지식 공익 기부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 <개과천선>에서 변호사인 여주인공(박민영 분)은 아버지를 살해한 남학생의 무료 변론을 자청한다. 그는 수임료가 빈칸인 것을 의아해하는 사무실 직원에게 “프로보노 케이스”라고 설명한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라틴어(pro bono publico)에서 유래한 말로,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을 기부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젠 방송 드라마에 등장할 만큼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활동 영역도 무료 변론뿐 아니라 경영전략, 정보기술(IT), 재무회계, 마케팅, 디자인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인력과 자본, 제품 등을 활용해 비영리 영역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돕는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질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사회공헌 차원이 강하지만 글로벌 기업에선 주된 경영전략적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에서 열린 ‘2014 글로벌 프로보노 서밋’에선 기업의 인적자원개발(HRD)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보노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의 탭루트(taproot)재단이 주최하는 이 서밋은, 프로보노 운영기관과 중간지원조직 관계자 등이 해마다 한자리에 모여 현장 사례와 활동 방향을 공유하는 최대 규모의 프로보노 행사다. 올해 서밋에는 어도비(Adobe),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골드만삭스, 구글 등 유수의 다국적 기업과 아쇼카재단, 그라민재단, 링크트인 등 19개의 중간지원조직, 해외 프로보노 운영기관 10곳 등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선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세스넷) 프로보노허브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지난 4월 국내에서 별도 보고회를 열었다.

세스넷의 정선희 상임이사가 지난 4월 서울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 올해 서밋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세스넷의 정선희 상임이사가 지난 4월 서울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 올해 서밋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업의 인력·자본·제품 활용
비영리·사회적 기업 발전 도와
직원들 비즈니스 역량도 향상
유럽, 정부 주도로 시스템화
미국은 민간 중심 운동 활발
한국도 제도적 뒷받침 필요

정선희 세스넷 상임이사는 “올해 발표 사례들을 보면, 프로보노를 직원 역량을 향상시키는 인력개발 관점에서 설계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며 “<포천> 500대 기업 인사관리(HR) 담당자들의 91%가 프로보노 활동이 비즈니스 역량과 리더십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조직에서 부분적인 기능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작은 조직의 A부터 Z까지 경영 전반의 문제를 다루면서 이들의 비즈니스 역량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올해 서밋에서 발표된 사례들을 보면, 글로벌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프로보노 활동에 참가한 직원들의 89% 이상이 ‘사고의 유연성,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 고객중심 사고, 역량 개발’ 등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아이비엠(IBM)의 프로보노 참가자 중 92%는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78%는 태도와 동기가 향상되었으며, 73%는 리더십이 강화됐다고 답했다. 어도비는 4개의 비영리 기관을 지원하는 프로보노 활동을 운영한 결과 구성원들이 기업에 대한 자긍심이 상승했다는 사례를 발표했다. 프로보노 활동이 기업 내부에 구성원의 역량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프로보노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전수하는 과정이 동시에 자신의 전문적 역량을 더욱 증진시키는 동기로 작동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성에만 의존한 일방적인 프로보노 활동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조직 등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손익계산서나 현금흐름표만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혜자가 요구한 문제의 이면에 감춰진 조직 전반의 문제들도 프로보노들이 자주 맞닥뜨리는 당혹스런 상황이다. 세스넷의 프로보노허브센터 김정모 센터장은 “프로보노로 활동할 사람뿐만 아니라, 수혜 대상, 중간지원기관 실무자 모두 각각의 역량이 있어야 한다”며 “중간지원기관은 수혜기관이 요청한 문제가 본질을 제대로 드러낸 것인지 파악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문신청서에 작성한 내용이 프로보노에게 여과 없이 전달될 경우 실제 수행 과정에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유럽의 프로보노 운동은 정부 주도 아래 시스템적으로 이뤄지고, 미국은 민간 주도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기업사회공헌촉진위원회(CECP)는 2007년부터 기업기부조사에 프로보노를 포함시켰으며, 3년 동안 10억달러 가치의 프로보노 운동을 전개하기로 서약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하고 있는 기업사회공헌조사 백서에 프로보노 항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국내 보고회에 참석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육심나 사회공헌팀 팀장은 “프로보노가 자발성을 전제로 하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기업의 프로보노 활동이 대내외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가 뒷받침된다면 더욱 활성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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