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대상 117→105개로 줄어
상당수 합병·사업조정으로 제외돼
10대그룹 내부거래액은 ‘역대 최대’
상당수 합병·사업조정으로 제외돼
10대그룹 내부거래액은 ‘역대 최대’
삼성에스디에스(SDS)는 지난해 삼성에스엔에스(SNS)를 합병했다. ‘신흥국의 스마트타운 시장 공략’이 합병에 대한 삼성 쪽 설명이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가의 지분율과 삼성그룹 내부거래 비율이 45% 이상이던 삼성에스엔에스는 합병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아울러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넘겨받고 에스원에 건물관리 사업을 양도하는 한편, 삼성석유화학이 삼성종합화학에 흡수되면서 삼성그룹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도 합병으로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엠코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일가의 지분 합계가 35%를 넘었지만 합병 이후 16%대로 줄어들었다.
이런 식으로 재벌 대기업 계열사들 중 10%가량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를 줄이지는 않고 계열사간 합병·사업조정을 통해 내부거래를 계열사 안으로 흡수시켜버린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 기업은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다.
3일 시이오(CEO)스코어가 지난해 비교 가능한 37개 그룹 1171개 계열사의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부거래 규제 대상은 105개사로 2012년 117개에 견줘 12개 줄어들었다.
삼성·현대차그룹처럼 합병·사업조정을 통해 규제망을 빠져나간 경우가 많았다. 지에스(GS)그룹은 그룹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합병하는 등 방식으로 규제 기업을 3곳 줄였다. 에스케이(SK)그룹은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규제 대상을 2개 감축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그린푸드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30.5%에서 29.9%로 규제 기준보다 0.1%포인트 낮추며 규제 대상 기업을 없앴다. 동국제강·한라·부영·세아·미래에셋·태영·오시아이(OCI) 등도 규제 대상 기업을 줄이거나 없앴다.
규제 그물 벗어나기 ‘꼼수’가 횡행하는 가운데 10대재벌의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는 154조원대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3일 재벌닷컴 집계를 보면, 지난해 자산 기준 10대 재벌그룹의 내부거래액은 역대 최대인 154조2022억원으로 집계됐다. 10대 그룹의 내부거래액은 2010년 117조9770억원에서 2011년 152조5630억원으로 불어났다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2012년 151조2961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내부거래 비율도 2010년 13.61%에서 2011년 15.25%로 급상승한 뒤 2012년 14.08%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14.36%로 다시 높아졌다.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는 에스케이·엘지(LG)·롯데·포스코·한진 등 5개 그룹에서 금액 기준으로 각각 15%·7.5%·4.4%·0.3%·6.1% 증가했다. 내부거래 액수가 줄어든 곳은 삼성·현대차·현대중공업·지에스·한화그룹 등이었다.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율로 보면 에스케이가 26.01%로 가장 높고, 포스코·현대차는 각각 21.81%와 21.14% 수준이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