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 국내외 투자 추이
한은, 1분기 GDP 잠정치 발표
전기대비 0.9% 성장률 그쳐
소비증가율 둔화·설비투자 탓
2000년 이후 국외투자 6배 늘었는데
국내 설비투자는 1.5배 증가 그쳐
“투자 부진은 수요 부족 때문” 지적
전기대비 0.9% 성장률 그쳐
소비증가율 둔화·설비투자 탓
2000년 이후 국외투자 6배 늘었는데
국내 설비투자는 1.5배 증가 그쳐
“투자 부진은 수요 부족 때문” 지적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주춤한 가운데 국외 투자는 급속히 늘어나는 ‘투자의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와 함께 내수의 또다른 축인 투자의 부진으로 경제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지 않는 한 기업의 투자 또한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지난달 내놓은 속보치와 동일한 전기대비 0.9%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2~3분기보다 낮고, 4분기와 동일한 수준이다. 이는 기대치보다 낮은 소비 증가율(0.2%)과 설비투자 감소의 영향이 컸다. 소비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낮았고, 설비투자는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기대비 기준 감소(-1.9%)했다. 2012년 바닥을 기던 설비투자는 지난해 소폭 개선되던 흐름이 다시 꺾이는 추세로 돌아섰다. 기업들이 생산 여력을 확충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국외 투자는 급증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한은이 발표한 4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국외 직접투자(자산 기준)는 29억9000만달러(약 3조537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의 20억8000만달러에서 약 9억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1분기에만 국내 설비투자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68억달러를 웃도는 돈이 국외 투자로 빠져나갔다. 기업들이 국외 생산 능력을 키우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는 8억4000만달러에 그치면서, 들어온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훨씬 많았다.
국내 기업들의 국내 투자와 국외 투자 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국외 투자는 6배가 늘었으나, 국내 설비투자는 1.5배 증가에 그쳤다. 2000년 1분기~2014년 1분기 국외 투자는 11억100만달러에서 68억1300만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설비투자는 19조9379억원(당해 연도 가격)에서 30조5770억원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기업이 국내가 아닌 국외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저렴한 인건비와 함께 궁극적으로 국외에 소비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내 소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을 밑도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매력이 떨어진 국내 소비 주체가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설비투자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분기 10.7%에서 지난 1분기에 9.2%로 줄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30대 그룹 사장단에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하지만 기업 투자 부진의 근본 원인은 약해진 소비 능력과 심리에 있다. 가계는 실질 소득의 회복 없이는 소비 여력을 키울 수 없다. 이날 발표된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전기 대비 0.5%에 그쳤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투자 부진은 사실 수요 부족의 문제다. 수요 부진은 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에 견줘 기업들의 생산능력은 과잉 상태라 한동안 투자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이근 김정필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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