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규제 풀어 현지법 적용키로
“국외 다른 계열사와 부당거래 우려”
“국외 다른 계열사와 부당거래 우려”
금융위원회가 국외에 진출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사실상 금산분리와 전업주의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규제완화 방안을 이달 중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8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규제 개선 차원에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영업점에 대해 해외법과 국내법이 충돌하게 되면 해외법이 우선 적용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규제완화 조처가 이루어지게 되면, 국외로 진출한 보험회사가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되고 국내 은행이 국외에서는 증권 업무도 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전망이다.
몇 해 전 한화생명과 동부화재는 말레이시아와 라오스에 은행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좌초된 바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이런 규제로 인해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보험회사 등이 국외에서 은행을 인수하는 것도 금지돼왔다. 하지만 국외법을 우선 적용받게 되면, 금산분리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국외에서는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 칸막이 구분도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적용받던 ‘전업주의’ 규제가 국외 진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비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이 증권중개업을 하거나 보험상품을 팔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규제완화 조처가 금융회사들의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를 충족시키는 대신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법논리로만 따져보면 현지법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 맞지만, 자칫 경영상태가 부실한 재벌그룹들이 감독당국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해외에 은행을 설립해두고 국내 및 해외 계열사와 부당한 거래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지법 우선 적용이라는) 큰 방향은 정해졌지만, 보험회사의 해외 은행 인수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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