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6% 성장…연환산땐 6.7%
2000년 이후 3번째로 높은 수준
소비세 인상전 ‘선구매’ 효과탓
2분기엔 마이너스로 돌아설듯
2000년 이후 3번째로 높은 수준
소비세 인상전 ‘선구매’ 효과탓
2분기엔 마이너스로 돌아설듯
일본 경제는 1991년 3.3%를 기록한 이후 딱 한 해를 제외하곤 한 번도 3% 넘게 성장한 적이 없다. 2010년 20여년 만에 최고치(4.7%)를 기록한 뒤에 다시 이전의 저성장 기조로 돌아섰다. 이렇게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지난 1분기(1~3월) 성장률은 ‘깜짝 성장’에 가깝다.
일본 경제는 1분기에 전기 대비 1.6% 성장해, 연율로 환산했을 때 성장률이 6.7%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기 대비 성장률 0.9%(연율 3.9%)의 갑절에 가깝다. 분기 기준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은 2000년대 이후 세번째로 높다.
일본의 높은 1분기 성장률의 비결엔 세가지 요인이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재화와 서비스에 붙는 소비세의 인상이다. 일본 정부는 4월부터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올렸다. 통상 세금 인상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를 억제한다. 하지만 일본에선 세금 인상 전 미리 물건을 사두려는 선구매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1분기 가계소비의 전기 대비 증가율도 연율로 치면 9.4%나 된다.
둘째로 큰 요인은 설비투자의 증가다. 설비투자의 전기 대비 증가율(7.6%)은 연율로 34.2%나 된다. 내수의 두 축인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호조를 보이면서 일본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일본 재무성의 법인기업 1분기 통계를 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설비투자가 고루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제조업 설비투자 가운데 건설업(53.9%), 운수업(28.5%) 등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증가폭이 컸다.
셋째는 기술적 요인이다. 일본이 1월부터 수출입액을 계산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기존보다 수출액이 더 늘어나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1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거의 개발도상국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일본 경제가 2~4분기에도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의 1.5%보다 낮은 1.4%로 내다보고 있다. 1분기에 선구매 효과를 낳은 소비세 인상은 2분기에 소비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선임연구위원은 “1분기 소비 증가는 일시적이다. 미리 당겨서 많이 쓴 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 성장률이 약 -4%(연율)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 증가도 신규 투자가 아닌 노후설비 교체가 다수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 도쿄사무소는 3일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의 일본 경제 주요 이슈 평가’ 보고서에서 “설비투자는 과잉투자 해소 등으로 비제조업 주도로 증가하겠으나, 제조업의 해외 이전 추세 지속으로 큰 폭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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