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 FTA 체결 때문인듯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과 교역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유럽연합의 경기 부진 효과 등이 겹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중 우리나라의 지역별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유럽연합 경상수지는 25억6830만달러(약 2.6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역별 국제수지 통계를 낸 1998년 이후 첫 적자다.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상품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유럽연합 상품수지 흑자폭은 2002년(59억9480만달러) 이후 가장 낮은 77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로 나라간 교역이 급속히 위축됐던 2008~2010년 상품수지 흑자폭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과 교역에서 상품수지에서 큰폭의 흑자를 통해 서비스수지 적자폭을 상쇄하는 구조다. 지난해 여행·운송·보험·지식재산권 등 서비스수지는 전년도의 95억8510만달러에서 86억2630만달러로 적자폭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에서 흑자폭이 줄어들면서 전체 경상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서비스수지는 개선됐으나, 기계류와 정밀기기, 승용차 등의 수입이 증가해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과의 교역에서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월별 기준으로 첫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보다 수입이 급속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경상수지 적자의 또 다른 이유는 유럽연합의 부진한 경제상황이다. 금융위기에 이은 부채위기로 유럽연합 소속 나라들이 긴축과 수입 억제 정책을 펴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또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유럽연합에서 경상수지 적자를 보였지만, 중국·미국·동남아 등지에서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경상수지는 798억8000만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지난해 일본과의 경상수지 적자폭은 전년도보다 35억9000만달러가 늘어난 230억달러를 기록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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