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을생(58··제주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씨
물질·골갱이질 하는 모습
35년간 찍어온 현을생씨 사진전
35년간 찍어온 현을생씨 사진전
설문대할망은 제주의 창조여신이다. 500명의 자식들을 먹여 살리면서, 결국 스스로를 희생했다. 제주 여인들의 삶은 설문대할망의 헌신과 닮았다. 현을생(58··제주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씨는 바로 그런 제주 여인만을 35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 왔다.
14일부터 제주시 조천읍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현을생 사진전-제주의 여인들’의 주제는 ‘밭일·해녀·신앙’이다. 1980~90년대 찍은 사진 가운데 추려낸 50여점이다. 흙먼지 풀풀 이는 밭에서 갈옷(제주의 노동복)을 입은 여인들이 골갱이(호미)를 들고 일하는 모습이나, 바다에서 물질을 하다 나와 지친 표정을 짓는 해녀의 모습에서는 제주 어머니들에 대한 경외심과 측은지심, 애정이 엿보인다. 큐레이터 김지혜씨는 “예술가의 눈빛만이 아니라 또다른 제주 여인의 눈빛으로 그들을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카메라에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최근 문화재청이 제주해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 대상 한국 대표종목’으로 선정해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을 하면서 그의 작품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현씨는 “질곡의 세월을 말없이 인내하며 헤쳐온 제주 여인들의 삶 자체가 제주 정신의 상징”이라며 “4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여러차례 고비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제주 여인들을 사진에 담는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모든 생명의 모태는 물과 땅이 아닐까요? 바다와 뭍을 오가며 그들만의 울음과 혼을 마음 속 깊이 묻어뒀던 위대한 제주 어머니들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현씨는 78년 제주카메라클럽에 들어가면서 사진에 입문해 ‘제주도 미술대전’ 최우수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제주도 미술대전 사진부문 초대작가로도 활동중이다. 전시회는 7월31일까지 열리며, 작품들은 돌문화공원에 기증될 예정이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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