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1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한 뒤 걸어나오고 있다. 왼쪽은 민병욱 대변인. 청와대사진기자단
전문가가 말하는 ‘2기 경제팀’ 과제
소수 대기업 수출 잘되지만
내수로 온기 번지지 않아
민간소비 증가율
전체 경제성장률 밑돌아
종소기업 몫 커져야
근로자 몫 커질 가능성
비정규직도 정규직 전환 필요
최저임금도 현실화 시급
소수 대기업 수출 잘되지만
내수로 온기 번지지 않아
민간소비 증가율
전체 경제성장률 밑돌아
종소기업 몫 커져야
근로자 몫 커질 가능성
비정규직도 정규직 전환 필요
최저임금도 현실화 시급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비 부진이다. 소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은 잘 되고 있지만, 그 온기가 내수로 번지지 않고 있다. 이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투톱 체제’로 이뤄진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맞닥뜨린 최대 과제로 꼽힌다. 2기 경제팀은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를 통해 내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우리 경제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경제의 가장 큰 축을 이루는 민간 소비 증가율이 전체 경제성장률을 계속 밑돌면서, 다시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15일 <한겨레>가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지출항목별로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를 분석해봤더니,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세계 금융위기로 국가간 교역이 급속히 위축된 2009년을 빼곤 소비가 수출보다 성장 기여도가 높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2000년~2013년 국내총생산에 견줘 민간소비(명목 기준)의 비중은 53.8%에서 51%로 줄어든 반면에 수출은 35%에서 53.9%로 늘었다.
수출은 계속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민간 소비는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의 지체에 따른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은 가계의 실질소득이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서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소득 추이를 분석해봤더니, 2003년 263만원이던 가계소득은 2013년 416만원 증가에 그쳤다. 가계 소득의 연평균 성장률은 4.7%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명목 기준) 연평균 증가율 5.8%보다 낮은 수치다. 해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물가상승률이 같은 기간 연평균 3%씩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가계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1%대에 그친다.
이 때문에 국책연구원에서도 가계 소득 향상을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 소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2000년대 이후 진행되고 있는 경제 전반의 소득 증가세 둔화와 가계소득 비중 하락이 우리나라 민간소비 확대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단기적인 소비진작 대책 보다는 장기 관점에서의 가계소득 증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이 수출 등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 임금 등의 형태로 가계로 잘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2기 경제팀의 구체적인 과제다. 가계의 가장 큰 소득의 원천은 임금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기업의 소득이 가계로 원활하게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비정규직 축소 등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고용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80%를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몫이 커져야 중기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몫도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의 경기 부진은 전형적인 유효 수요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임금 격차 해소 등을 통해 가계 소득을 높여주는 수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기 경제팀이 당장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는 현재 시간당 5210원으로, 전체 근로자 중위(정중앙값) 임금의 40% 수준에 불과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지난달 5일부터 열리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달 29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시급 6700원을 제시한 반면, 사용자 쪽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소득의 정체 뿐만 아니라 소득 격차가 소비 부진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과세를 통한 적극적인 재분배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소득 상위 계층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류이근 김경락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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