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국·실장 인사 전격 단행
29명 자리이동…첫 여성실장 탄생
전임 김중수 4년 흔적 지우기 의도
29명 자리이동…첫 여성실장 탄생
전임 김중수 4년 흔적 지우기 의도
한국은행이 김중수 전 총재의 흔적을 어느 정도 지우고 ‘이주열호’로 재편됐다.
지난 4월 취임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국·실장 인사를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김중수 흔적 지우기다. 그는 이날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글에서 “지난 64년의 한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직원간 불신과 갈등, 그리고 그에 따른 논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취임한 뒤 한은의 내부 전산망엔 김 전 총재의 발탁인사로 혜택을 본 간부들에 대한 비판글이 올라오는 등 인사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이 총재는 “당행 본연의 업무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더 이상 인사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어서는 안 되겠다”며 “서로를 믿고 배려하고 도와주는 조직문화를 되살려 나가자”고 말했다. 4년간의 ‘김중수 체제’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총재 자신이 2년 전 김 총재의 인사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친정인 한은을 떠났었다. 그는 당시 “글로벌과 개혁의 흐름에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총재로 한은에 복귀한 뒤 여러 차례 ‘평판의 중요성’을 인사 원칙으로 강조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인사에서 한은의 첫 여성 실장이 탄생했다. 1990년 입행한 전태영 거시건전성분석국 부국장이 국고증권실장에 임명된 것이다. 한은 내 여성 가운데 최고위직은 서영경 부총재보지만, 그는 김 전 총재의 발탁인사 케이스로 금융시장부장을 하다 몇 단계 건너뛰어 부총재보로 승진했다. 고졸 출신 승진자도 눈에 띄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입행한 박이락 국고증권실장이 금융결제국장에, 이금배 재산총괄팀장이 재산관리실장에 임명됐다. 이번 인사에서 본부 국·실장과 지역본부장, 국외사무소장 등 56명 대상자 가운데 29명이 자리를 바꿨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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