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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케아 ‘상륙작전’…가구업체 도산 줄잇나?

등록 2014-06-24 19:09수정 2014-06-25 13:34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2층에 문을 연 이케아 팝업스토어에 18일 오후 직장인과 청소년, 가족 단위 손님들이 줄을 이어 방문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2층에 문을 연 이케아 팝업스토어에 18일 오후 직장인과 청소년, 가족 단위 손님들이 줄을 이어 방문하고 있다.
[경제 쏙] ‘글로벌 공룡’ 등장에 긴장하는 가구업계
영세업체 도태 결정타? 도약 기회?
글로벌 가구 기업 ‘이케아’가 올 연말 경기도 광명시에 한국 1호점을 개장한다. 지난달 30일 1호점 홍보관 구실을 하는 팝업스토어가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2층에 이미 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9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국내 가구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케아의 한국 상륙에 따른 파장을 짚어보았다.

신규분양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주택 리모델링 수요 증가로 지난해 말부터 모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던 한샘과 현대리바트 등 국내 가구업체들의 주가가 ‘예고된 복병’ 탓에 이달 초부터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지난 2일 이들 업체의 주가는 전날에 견줘 적게는 2%에서 많게는 8%까지 곤두박질쳤다. 증권 분석가들은 이케아가 지난 5월3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팝업스토어를 개장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올 연말 경기도 광명시에 들어설 이케아 한국 매장 1호점의 홍보관 구실을 하는 팝업스토어는 8월22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케아는 소비자가 구매에서 조립까지 직접 처리하는 조립식(DIY) 가구를 중심으로 각종 생활용품을 싼값에 파는 스웨덴산 홈퍼니싱 기업이다. ‘불편함을 팝니다’를 구호로 내걸 만큼, 조립을 통해 내가 만든 단 하나의 가구라는 자존감을 심어줌으로써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벽을 없앤다는 게 이케아의 경영철학이다. 이를 통해 가격을 낮춰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여서, 한국에 직매장이 없는데도 이미 젊은 소비자들한테는 수년 전부터 입소문이 난 상태다. 지금까지 세계 26개국에 303개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52개국에 걸쳐 1046개 협력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올 연말에 문을 여는 이케아 광명점은 매장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앞으로 경기도 고양시 인근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 거점을 마련해 2020년까지 전국에 모두 5개의 초대형 매장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가 경기도에 국내 지점을 잇따라 낼 예정인 가운데 2월14일 오후 고양시 일산 이케아 병행수입 매장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가 경기도에 국내 지점을 잇따라 낼 예정인 가운데 2월14일 오후 고양시 일산 이케아 병행수입 매장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연말 광명에 초대형매장 문열어
가구뿐 아니라 유통업도 충격 전망
수도권 영세업체 도산·폐업 우려속
‘경쟁 통해 체질강화 가능’ 분석도

이케아의 본격 상륙을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최근 잇따라 보고서를 내어 업계 대응책이나 향후 시장 추이 등에 대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의 보고서들은 이케아 돌풍이 향후 국내 가구업계뿐만 아니라 주방·욕실용품, 의류, 잡화 등 유통 분야 전반에 걸쳐 시장 판도에 급격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에선 브랜드 가구업체들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나쁘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가구 소비 패턴이 고가보다는 저가형의 합리적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로 돌아선 만큼, 이케아의 국내 상륙이 국내 가구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브랜드사의 경우 전국적 영업망을 갖추고 부엌과 인테리어 시공까지 해주는 등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영업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반면 이케아의 진출로 저가형 조립식 가구 문화가 확산될 경우 국내 가구 시장의 파이(몫)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가구업계의 95%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영세 가구업체와 생활소품 생산업체들이 어떤 자구책으로 ‘이케아 쓰나미’를 헤쳐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가구업계의 통계치를 보면, 국내 가구산업은 수도권 비중이 60%를 넘고 기업의 95% 이상이 소기업·소상공인들이다. 이 때문에 고양시와 고덕지구 등지에 이케아 매장이 연이어 들어설 경우 적잖은 수도권 업체들이 폐업이나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양해채 한국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전국 1000여개에 이르는 중견 제조·판매업체 회원사들이 정부 차원에서 가구업계 대책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법체계상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조합연합회는 타개책의 하나로, 현 관세법상 이케아의 경우 가구 완제품 또는 반제품을 들여오기 때문에 관세를 물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국내 가구 제조업체에도 원자재 무관세 방안을 적용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행 관세법상 원목을 들여오는 제조업체들은 8%의 관세를 물도록 돼 있다.

영세 업계에선 정부 차원에서 디자인 개발과 유통 선진화 방안 등을 지원하는 가칭 가구전문센터 설립도 제안하고 있다. 영세한 사업구조 때문에 대기업처럼 대규모 국외조달 추진 등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묻어 있다.

한편에선 국내 가구업체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업계 차원의 국외조달이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이케아 쓰나미’를 극복한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970년대에 일본에 처음 상륙했다가 철수한 이케아가 2006년 다시 일본에 발을 들여놓자 일본 최대 홈퍼니싱 업체인 니토리는 2008년부터 3000여개 품목 가격을 이케아와 비슷하거나 더 싼 가격에 내놓고 맞붙었다. 국외조달 체제와 대대적인 원감 절감 덕분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토종업체 간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는, 이른바 ‘메기 효과’를 본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샘 등 일부 브랜드 업체들이 매장 대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이소한국과 신세계인터내셔널, 무지코리아 등 생활잡화 유통업체들도 가격 할인 등을 통해 이케아 상륙에 대비하고 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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