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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20여개 키보드 앱 ‘깨알분석’
애플이 만든 키보드 규칙 깨다

등록 2014-06-29 16:49수정 2014-06-29 22:00

엘지(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 G3는 ‘심플한 게 스마트한 것’이라는 콘셉트에 따라 기획됐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능이 ‘스마트키보드’다. 왼쪽부터 엘지전자 엠시(MC)상품기획그룹 박현철 부장, 박상욱 사원과 엠시연구소 홍지영 책임연구원, 정호재 선임연구원. 엘지전자 제공
엘지(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 G3는 ‘심플한 게 스마트한 것’이라는 콘셉트에 따라 기획됐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능이 ‘스마트키보드’다. 왼쪽부터 엘지전자 엠시(MC)상품기획그룹 박현철 부장, 박상욱 사원과 엠시연구소 홍지영 책임연구원, 정호재 선임연구원. 엘지전자 제공
[경제와 사람] LG전자 G3 ‘내마키’ 프로젝트팀

키보드 높낮이 자유롭게 조절
작은 입력창 설치해 오타 줄여
기존 기기보다 입력 15초 단축
2011년 엘지(LG)전자에 입사한 박상욱(30)씨는 줄곧 스마트폰 키보드를 담당해왔다. 고객들로부터 키보드와 관련된 불만 등을 반영해 보완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문자표에 어떤 기호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흔히 접하는 불만이었다. 키보드는 키보드일뿐,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일이었다.

그랬던 박씨가 돌연 신형 전략 스마트폰 G3 기획의 중심인물이 됐다. ‘심플한 게 스마트한 것’이라는 콘셉트가 잡히면서, 화려한 신기술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집중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키보드가 중심으로 떠올랐다. 박씨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5분마다 1번씩 타이핑을 합니다. 통화는 하루 한 두 차례밖에 안하는 사람도 문자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느라 하루 수십번씩 키보드를 사용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내부 프로젝트명은 ‘내마키’. ‘내 생에 마지막 키보드’의 머릿글자를 땄다. 기존 키보드의 문제가 뭘까. 어플리케이션 마켓에 올라온 20여개 키보드 앱을 전부 다운로드받았다. 사용후기를 보니 키보드의 높이가 너무 높다 또는 낮다는 평가가 있었다. 사람마다 손의 크기가 다른데, 특히 남성과 여성의 손은 차이가 큰데 똑같은 키보드를 써왔던 것이다.

사람의 시선이동을 기록하는 ‘아이트랙킹(eye-tracking)’ 장비로 실험해보니, 타이핑 때 눈동자가 화면 맨 아래 키보드 부분과 화면 맨 위 입력창 사이를 부지런히 왕복했다. 오타의 원인이었다. 터치영역을 분석해보니 ‘스페이스바’를 터치할 때 목표지점보다 오른쪽 아래 방향을 터치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페이스바를 누르려다가 오른쪽의 마침표를 누르는 오타가 자주 일어났다. 언어와 사람에 따라 많이 쓰는 문자표도 달랐다. 우리말은 마침표가 없어도 문장이 끝났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다. 젊은 여성들은 하트(♡)를 많이 쓰는데, 부하 직원들에게 확인할 게 많은 회사 간부들은 물음표를 많이 썼다.

이런 ‘깨알같은’ 분석을 거쳐 G3의 ‘스마트 키보드’가 탄생했다. 사용자가 키보드 높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시선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키보드 바로 위에 입력중인 글자를 표시해주는 작은 창을 만들었다. 옛 타자기에서 얻은 아이디어였다. 스페이스바를 기존 키보드보다 길게 늘였다. 마침표 자리에 사용자가 원하는 문자표를 넣을 수 있게 했다. 터치영역 분석기술을 발전시켜 습관적으로 내는 오타를 분석해 터치영역을 자동으로 보정하게 했다.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기존 키보드로 애국가 1절을 오타없이 타이핑하는 데 1분이 걸렸는데, G3로는 15초까지 단축됐다. G3 상품기획을 총괄한 박현철 부장은 “2007년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 아이폰의 키보드가 지금까지 표준처럼 사용돼왔다. 화면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에서 쓰기 위해 만든 건데 화면이 커진 뒤에도 아무 생각 없이 그 키보드를 써왔다. G3가 처음으로 애플이 만든 규칙을 깼다”고 말했다.

성공한 유엑스란 무엇일까. 정호재 선임연구원은 ‘습관’이라고 답했다. “엘지 스마트폰 사용자는 다른 회사 제품을 봐도 꺼져있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립니다. ‘노크온’(별도의 버튼을 누르지 않고 화면을 두 번 연달아 두드리면 화면이 켜지는 기능)이 습관이 된 거죠. 주변의 G3 사용자들을 보면 다들 키보드 높이를 다르게 설정해놨습니다. 스마트키보드가 새로운 습관이 될 것 같아요.”

홍지영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스마트폰들은 새로운 기능이 몇 개인지를 두고 경쟁했다. 광고에서 보면 그럴듯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거의 쓰지 않는 기능들이었다. 앞으로는 사용자의 행태를 세심하게 분석해서 실제로 사용하고 필요로 하는 기능을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쪽으로 제품 철학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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