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성장만으론 불평등 해결 안돼…분배도 같이 봐야”

등록 2014-06-29 21:04수정 2014-06-29 22:21

김낙년 동국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교수
‘한국 소득 불평등 피케티식 분석’ 우파 경제학자 김낙년 교수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와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부자 증세를 지지하는 좌파 학자 피케티와 달리 김 교수는 시장과 경쟁을 중시하는 우파 경제학자다. 그가 피케티 방식을 활용해 1930년대 이후 우리나라 소득 불평등 추이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2년 전 처음 세상에 내놨을 때 많은 이들이 의외로 받아들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 24일 동국대 교수실에 찾아온 <한겨레> 기자에게 “성장과 분배를 같이 봐야 인간의 삶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말로 이런 궁금증에 답했다.

경제사학자인 그는 경제학계 주류는 아니다. 주류 학계가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모형의 수학적 완결성을 추구할 때, 그는 일제 강점기 문헌을 찾아다녔다. 그의 이런 노력은 지난 100년 동안 우리 경제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보여주는 책(<한국의 장기통계: 국민계정 1911~2010>)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성장으로 늘어난 소득이 어떻게 분배됐는지를 이 연구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피케티가 쓴 미국의 소득 불평등 추이를 다룬 논문을 우연히 접하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어떻게 하면 피케티 방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전체 소득이 얼마인지에 대한 연구는 그의 전공이어서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소득 상위 1%, 10% 등 부자가 가져가는 몫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과세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피케티 방식의 핵심이었는데, 그는 조세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세법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표되지 않은 과거 근로소득세 자료 등을 국세청 자료실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1년 가까운 연구 끝에 그는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 넘게 가져간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소득 불평등의 이유로 세계화와 성과 연동 보수, 누진제(고소득자일수록 세율이 높아짐)의 후퇴 등 세가지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화 혜택을 많이 보긴 했다”면서도, 중국 등지에서 저가 물품의 수입으로 미숙련 산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한 성과 위주의 보상체계 도입을 최고경영자(CEO) 등 부자의 소득을 크게 증가시킨 원인으로 꼽았다. 또 그는 “옛날엔 누진제가 상당히 높았지만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후퇴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1970년대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은 70%가 넘었으나 지금은 38%다.

공표되지 않은 자료 찾아 연구 끝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45%’ 밝혀
세계화 이후 성과위주 보수체계
절반으로 떨어진 누진제가 원인

“부자증세, 한국선 갈등 우려…
서비스업 일자리 많아져야”

어떻게 하면 소득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을지 대안으로 넘어가면, 그는 피케티와는 다른 생각을 드러낸다. 그는 “(복지 재원 측면에서)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부자 증세(고소득층에 한정한 증세)는 자칫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에서 거의 80%를 내고 있는 우리 현실을 봤을 때, (소득 불평등이) 단지 부자 증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선택적 복지’를 지지한다고 밝힌 뒤 “만약 국민들이 고복지국가로 간다는 정치적 선택을 한다면, 중산층 이하 계층도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해법은 논쟁적인 세금이 아닌 고용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데, 경쟁이 안 되고 규제가 많아 서비스업의 질이 낮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해법은 보수 경제학계의 주장과 닿아 있다.

그는 주류 경제학계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피케티가 미국 경제학계를 비판하면서 모델의 정합성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선 통계자료가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교차점검(크로스체크)해서 따지지 않은 채 논리적 정합성만을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넓게 퍼진 이른바 ‘공급 중시 학파’(기업 세금을 낮춰주면 생산이 촉진돼 결국 세수가 늘어난다고 보는 시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소득 불평등 연구에 이어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부(자산)의 불평등 연구를 자신의 후속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자신의 연구가 이념을 떠나 불평등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새롭게 재편하고 더 좋은 연구를 위한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했다. 그는 “기존 경제학에서는 소득분배가 문제로 성립이 안 된다. 자기가 기여한 만큼 가져간다는 것이 기존 경제학의 인식틀이다. 하지만 성장으로 해소되지 않는 불평등 문제가 있다. 성장과 분배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게 있다. 그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불평등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다. 연구소에 뉴라이트의 좌장 격인 이영훈·안병직 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사장과 이사로 있지만, 그는 연구소를 뉴라이트와 연결짓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또한 자신의 이념 성향을 못박는 것을 싫어하면서, “양쪽(뉴라이트와 그 반대쪽) 문제의식을 다 갖고 있고, 양쪽이 문제 되는 것을 다 보려 한다”고 말했다.

글 류이근 기자, 사진 김태형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